한국고속철도(KTX) 서울역 서부 화장실이 새롭게 단장했다. 지난 1월 12일부터 한국철도공사에서 서울역 서부 화장실 확장 및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이용객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벽과 바닥뿐만 아니라 세면대, 위생도기 등의 시설물도 새 것으로 바꾸기 위해 약 1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여 3개월 간 공사했다. 한국철도공사는 이번 서울역 서부 화장실 개선 사업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철도역 화장실 현대화 사업을 지속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 개선된 화장실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보는 의견이 나왔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역인 서울역임에도 한국어가 쓰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반응을 확인한 한국철도공사는 1월 15일, 엑스(구 트위터)에 서부 화장실 벽면에 남녀를 구분한 그림 문자와 한글 표기가 있는 사진을 “남자화장실과 여자화장실 안내가 픽토그램(그림 문자)과 함께 되어 있으니, 편안하고 쾌적하게 이용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올렸다. 그러나 한국인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에 영어 안내판이 가장 눈에 띄게 보이는 것에 회의를 느끼는 반응이 여전히 주를 이루었다.
서울역에 찾아가 보았더니, 실제로 ‘WOMEN’, ‘MEN’이라고 여성, 남성을 영어로 표기한 간판과 그림 기호는 눈에 잘 띄는 반면, 작게 검정색으로 표기된 ‘여자화장실’과 ‘남자화장실’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화장실 내부의 여러 시설물 중에도 영어로만 표기된 것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세면대 옆에 비치된 자동 손세정기는 ‘SOAP’(비누), 안쪽 화장실에 놓여 있는 쓰레기통은 ‘NAPKIN DISPOSAL’(휴지 처리)라고 표기되어 있다. 별다른 한글 표기가 없어 영어를 모르는 사람은 무슨 용도로 사용하는 시설물인지 헷갈릴 가능성이 높다.
한글로 ‘남자화장실’, ‘여자화장실’이라고 적혀 있어도 순간적으로 이를 구분하지 못해 잘못 들어갔다가 곤란함을 느끼곤 한다. 그런데 아예 영어로만 적혀 있다면 이러한 문제는 더욱 커질 것이다. 특히 영어에 익숙지 않은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영어로 표기된 내용을 이해할 수 없어 화장실 이용에 큰 불편을 느낄 수 있다. 같은 날 서울역에 방문한 김모 씨(71세)는 “들어갈 때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 고민했고, 손을 씻을 때에도 비누가 어디 있는지 몰라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관찰하고 나서야 제대로 손을 씻을 수 있었다”며 영어 단독 표기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화장실의 영어 단독 표기 문제는 비단 서울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많은 공중화장실과 건물 화장실이 영어 및 관련 기호로 표기되어 있어 영어를 모르는 사람들은 불편을 감수해야만 했었다. 서울역 바로 옆에 위치한 롯데아울렛 서울역점 각 층의 화장실 또한 마찬가지였다. 가는 길을 안내해 주는 천장의 표지판에는 한글로 표기되어 있지만, 막상 화장실 앞에 도착하면 한글은 없고, ‘WOMEN’, ‘MEN’ 또는 앞 글자인 ‘W’, ‘M’으로 표기되어 있어 어느 쪽으로 들어가야 하는 건지 혼란스러워진다.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 만큼, 외국인 유동 인구가 많은 지하철역이나 백화점, 일반 시설 등에 영어 표기를 적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한글로는 표기하지 않은 채 영어만을 사용하는 것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있어서 불편함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생리 현상과 관련되어 모두에게 필요한 곳인 화장실의 표시만큼은 한글로 해야 한다. 영어 표기로 인해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불편한 사회가 되는 것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할 것이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0기 김은수
'우리말을 배우자 > 한글문화연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재환의 우리말 비타민] 흐트러지는 우리말 (0) | 2024.05.22 |
---|---|
[정재환의 우리말 비타민] 까치설날이 신정이라고? (0) | 2024.05.21 |
포트홀? 어닝쇼크? 알 수 없는 단어, 누구를 위한 보도인가요? (0) | 2024.04.14 |
에코델타동?, 여기 한국 맞나요 (0) | 2024.04.12 |
“국어국문학이 인생에 필요한가요?” 기피 학과가 된 국어국문학과 (0) | 2024.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