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은 10월 23일(수)부터 2025년 3월 3일(월)까지 기획전시실 1에서 <꼭두> 기증 특별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한평생 꼭두를 수집해 온 김옥랑 꼭두박물관장이 2023년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한 꼭두 1,100여 점 가운데 250여 점의 자료를 선보인다.
“한 귀퉁이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모습이 내 모습 같은 거예요.”
‘꼭두 엄마’ 김옥랑 꼭두박물관장은 20대의 어느 날 골동품 가게 한 귀퉁이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상여 장식에 쓰는 목각 인형을 보고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이후 “나의 삶에 그리고 목각 인형에게 새로운 생명을 찾아주자.”라는 생각으로 한두 점씩 전국을 다니며 인형을 모았고, 연구를 거듭한 끝에 ‘꼭두’라는 제 이름도 찾아준다. 50년을 모으고 길러 온, 이 생기 넘치는 꼭두 1,100여 점을 2023년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했고, 이 전시는 기증자의 한 일생과 한국인의 생명관을 소개하는 전시로 다시 태어났다.
낯선 이별에도, 허망한 발걸음에도 웃음을 잃지마.
죽음을 마주해야 하는 인간은 두렵다. 다시 맞이해야 하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떠나보내는 사람, 가야 하는 사람 모두 슬프고, 걱정이 많다. 정이 많은 한국인은 낯선 이별에도 먼 길 혼자 가야 하는 망자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다. 영원으로 가는 고단한 길에 미소와 해학이 넘치는 친구들을 소개해 준다. 친구의 이름은 ‘꼭두’다. 꼭두의 존재로 산 자는 망자에 대한 걱정을 한시름 덜고, 장례는 슬픔을 뒤로 두고 축제가 된다.
짐 들어주는 친구, 노래하고 춤추는 친구, 경호원 친구들과의 행진
상여는 이별을 앞둔 자들의 아쉬움을 가득 담아 화려하게 꾸민다. 꼭두는 상여의 부속물로 곳곳에 꽂히거나 세워져 있다. 꼭두는 모양새에 따라 각자의 역할이 있다. 망자 대신 짐이나 부채, 우산을 들어주거나, 음악과 춤, 재주넘기로 분위기를 띄우는 광대와 악공 꼭두도 있다. 혹시나 있을 위협에 대비하여 말이나 호랑이를 타고 있는 호위무사 꼭두도 있다. 다양한 꼭두와 함께 “으쌰으쌰” 행진하는 모습에 죽음과 저승이 조금은 친근해진다.
영혼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행길(We will be back!)
예로부터 우리는 ‘죽었다’라는 말을 ‘돌아가셨다’라고 표현해 왔다. 조상들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죽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옛 장례식은 슬픔 속에서도 축제와 같은 떠들썩함이 있었고, 저승은 이승에서 꿈꾸던 이상향이 펼쳐질 것이라 기대했다. 요즘 자주 거론되는 ‘웰-다잉(well-dying)’은 물질적이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주로 논의한다. 전시장에 가득한 다양한 모습의 꼭두 친구들을 보며, 과연 ‘잘 죽는 것’, ‘잘 돌아가는 것’의 심오함을 음미하는 시간을 이 전시로 경험하기를 기대한다.
모든 물건도 돌아가신다. 박물관으로
국립민속박물관은 해마다 기증전을 연다. 2022년에는 사진가 빅토르 안의 고려인 사진전, 2023년에는 매듭공예가 이부자의 매듭전 등 기증 특별전을 열었다. 기증받은 매듭은 2024년에 호주와 필리핀에서 순회전을 진행하고 있으며, 꼭두 또한 국립민속박물관의 나라 밖 전시 꾸러미로 편성되어 우리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들은 언젠가 떠나보낸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모든 물건의 안식처를 제공하고 부활의 장을 마련한다. 기증 창구는 늘 열려 있다.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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