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볼수록 아름다운 숭숭이반닫이

튼씩이 2015. 10. 30. 14:31

책ㆍ두루마리ㆍ옷ㆍ옷감ㆍ제사그릇 따위를 넣어 두는 길고 번듯한 큰 궤(櫃)를 우리말로 반닫이라고 합니다. 앞판의 위쪽 반만을 문짝으로 하여 아래로 잦혀 여닫기에 반닫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반닫이는 지역에 따라 철장식을 쓴 남한산성반닫이, 개구멍 여닫이문을 쓴 남원반닫이, 은입사(쇠나 구리 같은 금속에 은실을 써서 무늬를 넣는 세공기법) 된 광두정(대가리가 둥글넙적한 장식용 못)을 쓴 통영반닫이, 숭숭이(박천) 반닫이, 제비추리 경첩을 달며 안쪽 윗부분에 세 개의 서랍이 있는 전주반닫이, 백통과 놋쇠로 조촐하게 장식한 서울반닫이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쇠판에 숭숭 구멍을 뚫어 무늬와 글자를 새긴 기하학적인 특성의 장식을 단 이름도 예쁜 숭숭이반닫이도 있지요. 평안도 박천지방에서 만들어 박천반닫이라고도 부르는데 추운 지방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단단한 나무보다는 무른 피나무를 써서 반닫이가 변형되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또 장식의 변형이나 빛깔이 변하는 것을 막으려고 소피에 삶았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박천지방의 공예기술이라고 하네요.

반닫이는 모서리를 여러 갈래로 나누어 서로 물리게 하는 사개짜임으로 맞추어 궤짝을 짜고 장식을 붙였습니다. 또 윗판은 통판으로 되어 있는데 앞부분과 뒷부분의 두께를 달리하여 상판에 이불을 올려놓았을 때 흘러내리지 않도록 하는 세심함이 담겨 있지요. 요즈음은 서양의 주거 공간인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많지만 이런 반닫이 모양의 옷장 하나쯤 집에 있으면 집안 분위기가 확 달라 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