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들은 날씨와 관련되거나 특정한 날에 비와 관련한 속담을 많이 만들어 썼는데 4월 20일쯤인 곡우(穀雨)에 ‘비가 안 오면 논이 석 자가 갈라진다’는 말이 있고 음력 5월 10일은 태종우(太宗雨)라 하여 반드시 비가 내리는데 이는 백성을 사랑했던 태종이 죽어서도 풍년을 빌어주기 위해 뿌려준다고 믿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7월 1일 이곳에 유배되어 가시 울타리 속에서 죽은 광해군의 한이 맺혀 비가 내리는 것으로 믿었고 칠석날에는 견우직녀의 비가 내린다고 하고, 삼복에 내리는 비를 삼복우, 음력 6월 29일 진주지방에 내리는 비를 남강우라고 합니다. 또한 8월 23일 쯤의 처서(處暑)에 비가 오면 “십리 안 곡식 천 석을 감한다”고 해서 걱정을 했습니다.
고려 말엽의 문신 김구용(金九容, 1338~1384)의 시집인 《척약재학음집(惕若齋學吟集)》에는 “유두날은 나라 곳곳에서 술을 나눠 마시며 유두잔치를 한다”고 했는데 만일 이날 비가 내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유두나들이는 물거품이 되겠지요. 특히 평소에 나들이가 쉽지 않던 부녀자들이 유두날 비가 내려버리면 다시 다음 해를 기다려야 하니 그 한이 커서 유두에 비가 오면 사흘씩 내린다는 것은 아닐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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