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겨레는 복날 ‘복달임’을 해먹었는데 개고기국을 끓여 먹는 것을 말합니다. 개고기는 <농가월령가>의 <8월령>에 며느리가 친정에 나들이 갈 때 “개 잡아 삶아 건져 떡고리와 술병이라”라고 했을 정도로 사돈집에 보내는 음식으로 으뜸이었지요.
1929년 풍속을 엿볼 수 있는 잡지 <별건곤> 22호 김진구 씨의 글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영남지방(嶺南地方)에서는 삼복중(三伏中)에 개죽엄이 굉장하다. 그래서 그 디방에서는 이런 재담(才談)까지 있다. 강(姜, 江, 康, 强) 씨(氏)에게 욕설이다. 녀름 동안에는 강아지가 세층거리로 벼살을 한다고‥‥‥ 초복에는 강아지가 죽기를 앗가워 한다고 강석사(姜惜死)=강석사(姜碩士)가 되고 중복에는 강아지를 때려 죽인다고 강박사(姜博死)=강박사(姜博士)가 되고 말복에는 강아지가 죄다 죽는다고 강진사(姜盡死)=강진사(姜進士)가 된다.”
강석사, 강박사, 강진사라는 표현이 재미납니다. 또한 닭요리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 것을 봐서 우리 겨레는 복날음식으로 닭과 개를 많이 먹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을 먹은 것은 아니며 팥죽을 쑤어 초복에서 말복까지 먹는 풍속도 있었고 국수를 아욱과에 딸린 한해살이풀인 어저귀국에 말아먹거나 미역국에 끓여 먹기도 했지요. 또 호박전을 부쳐 먹거나 호박과 돼지고기에다 흰떡을 썰어 넣어 볶아 먹기도 하는데, 모두 여름철의 시절음식으로 먹는 소박한 음식들입니다. 이밖에 닭죽, 육개장, 영계를 곤 국물인 임자수탕, 민어국, 염소탕, 장어백숙, 잉어․오골계․인삼 따위로 만든 용봉탕, 미꾸라지를 산채로 뜨거운 물에 끓여 두부 속에 들어가게 한 도랑탕, 미역초무침, 메밀수제비, 죽순, 오골계와 뜸부기, 자라탕, 메기찜도 삼복을 포함한 한여름 음식으로 밥상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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