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4225호) 고종의 비밀도장, ‘황제어새’

튼씩이 2019. 12. 9. 08:18
2008년 11월 한 60대 재미교포가 문화재청에 “내가 고종이 쓰던 국새를 소장하고 있다. 이를 구입하겠느냐?”라는 문의를 해왔습니다. 당시 정계옥 국립고궁박물관장은 “기존 문헌에 제작 기록이 없어 고종이 내밀하게 썼던 국새로 파악된다.”라며 사들였습니다. 이 국새는 고종황제가 친서에 썼던 현존하는 유일한 대한제국 시대의 국새며, 현재 국사편찬위원회 소장자료에 유리원판 사진으로만 전해지던 분실된 바로 그 국새였다고 합니다.



 

'황제어새(皇帝御璽)’(오른쪽), 인장면의 황제어새, 국립고궁박물관


▲ '황제어새(皇帝御璽)’(오른쪽), 인장면의 황제어새, 국립고궁박물관

 



황제어새는 1905년부터 1908년까지의 외교문서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며,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보물 제1618-1호 황제어새는 1903년 이후 고종황제가 러시아, 독일, 이탈리아 황제 등에게 보낸 14통의 친서에 실제로 날인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1903년 11월 이탈리아 군주에게 전쟁이 일어날 때 대한제국은 중립을 지킬 것이며 이러한 입장을 지지해주도록 요청하는 친서와 1904~1905년 러시아 황제에게 보낸 4통의 친서 그리고 1909년 헐버트 박사에게 비밀 자금 인출을 명령하는 친서에도 ‘황제어새’를 찍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국새는 상서원(尙瑞院)에서 보관과 관리하게 되는데 이 황제어새는 고종황제가 직접 가지고 사용하였으며, 이 때문에 기존의 국새보다는 그 크기가 작고 어새를 보관하는 함 속에 인주가 함께 들어있었던 점이 실제로 고종황제가 숨겨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근거입니다. 여기에 더해 대한제국의 국새, 어새 등을 기록해 둔 《보인부신총수(寶印符信總數)》에 황제어새의 이름을 찾을 수 없는 점도 황제어새가 비밀리에 제작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하지요. 황제어새, 고종이 국권을 지키고자 몸부림쳤던 상황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황새어새’가 찍힌 이탈리아에 보낸 고종황제의 친서, 국립고궁박물관


▲ ‘황새어새’가 찍힌 이탈리아에 보낸 고종황제의 친서, 국립고궁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