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창파에 한 몸 맡겨 원수의 배 속에 앉았으니 뉘라 친할고. 기구한 세상 분분한 물정 촉도(蜀道, 중국 사천성 촉 지방으로 통하는 험난한 길)보다 험하고 태나라보다 더욱 무섭구나. 종적 감추어 바다에 뜬 나그네 그 아니 와신상담하던 사람 아니던가. 평생 뜻한바 갈길 정하였으니 고향을 향하는 길 다시 묻지 않으리.” 이는 독립운동가 김지섭 의사가 쓴 시입니다.

▲ 황거 앞에 폭탄을 던진 김지섭 의사
96년 전인 1924년 1월 5일은 김지섭 의사(1884.7.21. ~ 1928.2.20.)가 일본 도쿄 한복판 일왕이 사는 황거 앞 이중교(二重橋-니쥬바시, 일명 안경다리)에서 황거를 향해 수류탄 3개를 던진 날이지요. 당시 수류탄의 불발로 거사는 실패했지만 황거를 폭파하려는 조선 청년의 의거에 일제는 깜짝 놀랐고 바로 코앞의 경시청 경찰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습니다.
김 의사는 현장에서 붙잡혀 재판을 받았는데 결국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요. 그러나 “조선 사람은 조선의 독립을 위하여 최후의 한 사람, 최후의 순간까지 항쟁할 것이다. 사형이 아니면 나를 무죄로 석방하라.”라며 변호사의 상고를 말릴 정도로 당당했습니다. 그 뒤 복역 중 김지섭 의사는 1928년 2월 20일 뇌일혈로 지바(千葉) 형무소에서 순국했으며, 정부는 김지섭 의사의 공훈을 기려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하였습니다.

▲ 김지섭 의사, 일왕이 사는 황거 앞 이중교에 폭탄을 던지다.(그림 이무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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