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매천집(梅泉集)》 에 나오는 매천 황현(梅泉 黃玹 1855~1910)의 글입니다. 매천이 말한 섣달그믐은 음력이었을 테지만 양력 섣달그믐날인 오늘에도 매천의 이 글이 더욱 뜻깊게 생각됩니다. 《매천집》은 《매천야록(梅泉野錄)》과 함께 황현이 남긴 글로 《매천야록》은 1864년부터 1910년까지 47년간의 역사를 편년체로 서술한 역사서라면 《매천집》은 시문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매천의 그 유명한 절명시(絶命詩) 4수도 여기에 실려있지요.
새 짐승도 슬피 울고 강산도 찡그리니 鳥獸哀鳴海岳嚬 (조수애명해악빈)
무궁화 온 세상이 이젠 망해 버렸어라 槿花世界已沈淪 (근화세계이침륜)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지난날 생각하니 秋燈掩卷懷千古 (추등엄권회천고)
인간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 어렵기도 하구나 難作人間識字人 (난작인간식자인)
- 절명시 3수 부분-
절명시에서 황현은 “인간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 하기도 어렵다.”라며 탄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글을 아는 사람 노릇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글 아는 사람이기를 내팽개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지난 한 해도 글 아는 사람 곧 지식인이라고 하는 한 교수가 “위안부에 대한 직접적인 가해자가 일본이 아니고 매춘의 일종이다.”라고 하여 온 겨레에게 대못을 박는 일도 있었습니다. 제발 밝아오는 경자년 새해에는 글 아는 사람 노릇도 제대로 할 수 있고, 글 아는 사람이기를 내팽개치는 사람도 없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비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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