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진 머리에 똬리 얹어 / 함지박 이고 어머니 우물 가는 길 / 누렁이 꼬리 흔들며 따라나서고 / 푸른 하늘 두레박에 넘실거릴 때 / 이남박 가득 하얀 햅쌀 / 일렁이며 돌 고르던 마음 / 아! 어머니 마음 - 신수정 '이남박' -
이남박은 예전엔 어느 집에나 있던 물건입니다. 쌀, 보리 같은 곡식을 씻거나 돌을 일 때 쓰는 물건이지요. '이남박'을 북한에서는 '쌀함박', 강원도는 '남박' 또는 '쌀름박', 경상북도는 '반팅이'라고 불렀으며 통나무를 파서 만드는데 바가지 안쪽에는 돌을 일기 좋게 여러 줄의 골을 내었습니다. 새로 만들었을 때는 먼저 들기름을 바르고, 기름이 잘 밴 다음 마른행주로 닦아 길을 들인 뒤 썼지요.
지금은 석발기라는 돌 고르는 기계가 있어 쌀에 돌이 섞이는 일이 없지만 예전엔 자그마한 돌이나 잔모래가 으레 섞이곤 해서 쌀을 잘 일어야 했지요. 한 그릇의 밥이 밥상에 오르려면 우물가로 함지박에 쌀을 이고 나가 조리로 인 다음 이남박에 담아 졸졸졸 물을 여러 번 흘려보내야 밥에 돌이 들어가는 것을 막았습니다. 이남박의 골진 주름을 보자니 예전 어머니들의 고생이 골골이 묻어 나는 듯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