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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베개 베고 솔바람 소리 듣는 서도민요 <산염불>

튼씩이 2015. 11. 6. 14:46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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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8(2015). 10. 29


“활 지어 송지(松枝)에 걸고 / 옷은 벗어 남게 걸고
석침(石枕) 베고 누었으니 / 송풍은 거문고요 /두견성은 노래로다
아마도 이 산중에 / 사무한신(事無閑身)은 나뿐인가”

위 노래는 황해도지방의 대표적인 민요 <산염불(山念佛)> 일부입니다. 산속에서 활과 옷을 벗어던지고 돌베개에 누웠으니 솔바람 소리가 거문고 소리로 들립니다. 이렇게 자연과 하나 되어 아무 일 없이 한가함을 누리니 이보다 더한 즐거움은 없을 듯 하지요.

<산염불>은 <잦은염불>과 짝을 이룰 때는 <긴염불>이라 부르는데 곡이름 속에 ‘염불’이라는 말이 있고, ‘∼아미타불이로다’로 끝나는 후렴구 때문에 얼핏 불가(佛家)의 음악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설이나 음악적 특징은 불교음악과 크게 관련이 없습니다. 이에 견주어 <잦은염불>의 사설에서는 불교적인 느낌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산염불>은 이렇게 점잖고 문학적인 느낌을 주지만, 또 다른 황해도 지방의 대표적인 민요 <사설난봉가>는 “앞집 큰애기 시집을 가는데 / 뒷집의 총각은 목매러 간다 / 죽는 건 아깝지 않으나 / 새끼 서 발이 또 난봉나누나”라 하여 해학적인 느낌이 물씬 납니다. 서도민요는 이렇게 사설의 뜻을 생각하고 견줘가면서 들으면 참으로 좋은 노래인데 서도소리 전수조교 유지숙 명창의 소리가 구성지지요.

옛 얼레빗 (2011-11-01)


2191. 골진 "이남박" 주름은 어머니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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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진 머리에 똬리 얹어 / 함지박 이고 어머니 우물 가는 길 /
누렁이 꼬리 흔들며 따라나서고 / 푸른 하늘 두레박에 넘실거릴 때 /
이남박 가득 하얀 햅쌀 / 일렁이며 돌 고르던 마음 / 아! 어머니 마음
- 신수정 '이남박' -

이남박은 예전엔 어느 집에나 있던 물건입니다. 쌀, 보리 같은 곡식을 씻거나 돌을 일 때 쓰는 물건이지요. '이남박'을 북한에서는 '쌀함박', 강원도는 '남박' 또는 '쌀름박', 경상북도는 '반팅이'라고 불렀으며 통나무를 파서 만드는데 바가지 안쪽에는 돌을 일기 좋게 여러 줄의 골을 내었습니다. 새로 만들었을 때는 먼저 들기름을 바르고, 기름이 잘 밴 다음 마른행주로 닦아 길을 들인 뒤 썼지요.

지금은 석발기라는 돌 고르는 기계가 있어 쌀에 돌이 섞이는 일이 없지만 예전엔 자그마한 돌이나 잔모래가 으레 섞이곤 해서 쌀을 잘 일어야 했지요. 한 그릇의 밥이 밥상에 오르려면 우물가로 함지박에 쌀을 이고 나가 조리로 인 다음 이남박에 담아 졸졸졸 물을 여러 번 흘려보내야 밥에 돌이 들어가는 것을 막았습니다. 이남박의 골진 주름을 보자니 예전 어머니들의 고생이 골골이 묻어 나는 듯합니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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