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4절기 가운데 넷째 춘분(春分)입니다. 이날은 해의 중심이 춘분점 위에 왔을 때인데 흔히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고 하지요. 사람들은 춘분 무렵이 되면 봄이 왔다고 하지만, 이때는 음력 2월이라 꽃샘추위가 남아 있는 때로 "2월 바람에 김치독 깨진다",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에서 보듯이 이때 한차례 남은 추위는 동짓달처럼 매섭고 찹니다.
선조들은 춘분을 '나이떡 먹는 날'이라고 했습니다. 나이떡은 송편과 비슷한 떡인데 온 식구가 모여 앉아 아이들은 크게 빚어서, 어른들은 작게 빚어서 나이 수만큼 먹었지요. 또 머슴들에게 한해 농사를 잘 지어달라고 나이떡을 빚어 먹게 했는데 그래서 '머슴떡'이라고도 했습니다. 또한, 춘분 무렵엔 '볶음콩'을 먹기도 했는데 볶은 콩을 먹으면 새와 쥐가 사라져 곡식을 축내지 않는다고 믿었지요.
天時忽忽到春分 세월은 문득 흘러 춘분 절기 왔어도
東北都無吉語聞 동북엔 좋은 소식 들려옴이 전혀 없네
山雨溪風渾漫興 산속 비 계곡 바람 부질없는 흥취이니
不如終日醉醺醺 온종일 술에 취해 지냄이 더 낫구나
조선 중기 문신 이정암(李廷馣)의 한시 ‘춘분’입니다. 봄이 왔어도 환한 소식은 없고, 찬바람만 불어옵니다. 마치 지금 우리의 현실을 보는 듯합니다. 하지만 봄은 오고야 맙니다. 코로나19가 아무리 센놈이어도 꽃이 피는 것을 막을 수 없을 테니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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