毋將一紅字(무장일홍자) ‘홍(紅)’자 한 글자만을 가지고
泛稱滿眼華(범칭만안화) 널리 눈에 가득 찬 꽃을 판단치 말라
華鬚有多少(화수유다소) 꽃 수염도 많고 적음이 있으니
細心一看過(세심일간과) 세심하게 하나하나 살펴보게나
이는 18세기 후반기의 대표적인 조선 실학자 초정(楚亭) 박제가(朴齊家, 1750~1805)가 사람들을 위해 고갯마루의 꽃을 보고 쓴 한시 ‘위인부령화(爲人賦嶺花)’입니다. 박제가는 꽃이라고 하면 ‘붉다’는 생각만 가지고 눈에 보이는 모든 꽃을 판단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곧 꽃에는 다양한 빛깔의 꽃이 있고, 또한 꽃에서 잘 보지 않는 부분인 꽃 수염은 많은 것도 있고 적은 것도 있다면서 꽃 수염들부터 세심하게 살펴보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 세상에는 다양한 빛깔의 꽃이 있다.(홍매화, 산수유, 금강초롱, 팥배나무 – 왼쪽부터 시계방향)
이 시는 꽃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넓게 보면 세상의 모든 만물은 물론 세상만사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곧 사람들의 잘못된 고정 관념을 비판하고 있는데 세상 사람들은 모든 것을 하나로 재단하려고 한다는 것이지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모두가 나와 다른 사람들이므로 그 ‘다름’을 인정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세태를 박제가는 꼬집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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