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은 집 둘레의 표시나 일정한 공간을 둘러막으려고 흙ㆍ돌ㆍ벽돌 따위로 쌓아 올린 것입니다. 하지만, 한옥에서 담의 의미는 크지 않습니다. 뛰어넘으려면 얼마든지 가능한 것으로 도둑을 막으려는 뜻보다는 그냥 경계로서의 뜻이 더 큽니다. 그리고 한옥을 더욱 아름답게 해주는 역할을 하지요. 담의 종류로는 먼저 짚을 썰어 넣고 석회를 적당히 섞은 흙으로 다져서 굳힌 토담(흙담)이 있습니다. 또 자연에서 얻은 돌로 쌓아 올린 돌담(돌각담)이 있으며, 그 밖에 나뭇가지나 수수깡으로 둘러치는 경계인 울타리, 나무를 돌려 심어서 저절로 울타리가 되게 한 생울타리도 있지요.
▲ 한옥의 담 종류 : 흙담, 돌담, 화초담, 생울타리(왼쪽부터)
그리고 특별한 담으로 경복궁 자경전에 있는 화초담이란 것도 있습니다. 화초담은 여러 가지 빛깔로 글자나 무늬를 넣고 쌓는 담을 말하는데 꽃담ㆍ꽃무늬담ㆍ조장(彫牆)이라고도 부릅니다. 외로운 세월을 사는 대비의 장수를 비손하는 뜻이 담겨 있지요. 또 한 가지 담은 아니지만 김장밭 둘레에 개나 닭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야트막하게 만들어 두르는 울인 “개바자”도 있습니다.
특히 돌 많은 제주도는 집도 밭 둘레도 온통 돌담뿐입니다. 그런데 현무암으로 쌓은 제주도 돌담은 돌과 돌 사이에 구멍이 숭숭 나 있어 금방 무너질 것 같지만, 태풍과 함께 오는 강력한 싹쓸바람에도 꿈쩍이 없습니다. 또 온 나라에는 돌담마을도 많은데 속초시, 밀양시 삼랑진읍, 공주시 반포면, 부여군 외산면, 전남 완도군 청산도, 문경시 산북변 같은 곳에도 이름난 돌담마을들이 있을 정도입니다. “나는 너를 지고 너는 나를 이고 / 너는 나를 안고 나는 너를 베고 / 생김새도 크기도 다른 것들이 / 모둠 살이 하며 / 담장 하나 이루었다. / 나보다는 너에게 / 너에게 나를 맞추니 / 숭숭한 구멍들 사이로 / 바람이 배시시 웃으며 길인 듯 스쳐 간다.”라는 홍영수 시인의 <돌담>이란 시가 있을 정도입니다.
▲ 전남 완도군 청산도 돌담길(이상훈 교수)
▲ 제주 성읍마을 돌담, 왼쪽에는 생울타리도 보인다.(최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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