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겨레의 명절 가운데 가장 큰 ’한가위‘가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이때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한가위‘냐 ’추석‘이냐를 애타게 외칩니다. 사실 우리 겨레는 신라 이후 오랫동안 ’한가위‘‘를 써왔지만 요즘 어찌 된 일인지 ’추석‘이란 말이 대세가 되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추석(秋夕)’은 5세기 때 송나라 학자 배인의 《사기집해(史記集解)》에 나온 “추석월(秋夕月)”이란 말에서 유래합니다. 여기서 “추석월”의 뜻은 천자(天子)가 ‘가을 저녁에 달에게 제사를 드린다.’라는 뜻이었으니 우리의 명절과 맞지 않는 말입니다. 더구나 중국 사람들조차 이 '추석'이란 말은 거의 쓰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야만 합니다.
▲ 우리는 '추석'이 아니라 '한가위'라고 부르자.(그림 이무성 작가)
'한가위'라는 말은 ‘크다’는 뜻의 '한'과 '가운데'라는 뜻의 '가위'라는 말이 합쳐진 우리말로 8월 한가운데 있는 큰 날이라는 뜻이지요. 또 '가위'라는 말은 신라 때 길쌈놀이(베짜기)인 '가배'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신라 유리왕 9년에 나라 안 부녀자들을 두 편으로 갈라 음력 7월 열엿새 날부터 8월 보름까지 길쌈을 짜게 하였다. 그리곤 짠 베로 승부를 가름하고, 진 편에서 술과 음식을 차리고 밤새도록 ‘강강술래’와 ‘회소곡’을 부르며, 춤을 추고 흥겹게 놀았다. 이것을 그때 말로 ‘가배→가위라고 하였다.” 따라서 이 《삼국사기》의 기록으로 보아 ’한가위‘는 우리 겨레가 오랜 세월 써온 우리말임이 분명합니다.
또 조선 후기 한양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김매순(金邁淳)의 《열양세시기(冽陽歲時記)》에도 “더도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햇곡식과 과일들이 풍성한 좋은 절기 한가위를 예전에는 ’중추절‘이란 말도 많이 썼는데 그밖에 가배절, 가위, 가윗날 등으로도 불렀습니다. ‘추석‘이란 말을 쓴다고 해도 유식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우리의 혼을 파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만 합니다. 제발 우리말을 사랑한다면 ’추석‘이 아니라 ’한가위‘를 써야만 할 것입니다.
▲ 국립민속박물관의 2018년 ‘한가위큰마당’ 광고
▲ 심지어 ‘메리추석’이라는 영어와 한자말의 조합을 쓰는 곳도 있다(위), 구의회 광고에는 아예 ‘秋夕’이라고 한자로 표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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