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회에서는 “처가와 변소는 멀어야 좋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사돈 사이 왕래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때는 여성 특히 며느리의 나들이는 생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특히 예전 전통사회에서는 집안일은 물론 농사까지 함께 해야 했기에 며느리들이 며칠씩 집을 비우며 친정집에 갈 수는 없는 일이었지요.
그래서 한가위가 지난 뒤 시집간 딸과 친정어머니가 중간 지점을 정하고, 음식을 장만하여 만나서 한나절 동안 회포를 풀었던 풍습이 있었는데 이를 ‘반보기'라고 했습니다. 반보기는 다른 말로 ’중로상봉(中路相逢)‘ 또는 ’중로보기(中路-)‘라고도 했는데 중도에서 만났으므로 회포를 다 풀지 못하고 반만 풀었다는 데서 이렇게 말한 것이지요.
▲ 시집간 딸과 친정어머니가 한가위가 지난 뒤 만나는 ‘반보기’(그림 이무성 작가)
요즘은 민족대이동이라 하여 명절에 국민 대다수가 고향을 찾아 일가친척을 만나고, 성묘도 하는데 이는 ‘반보기’가 아닌 ‘온보기’일 것입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라는 돌림병 탓에 한가위에 온보기는커녕 영상통화로 대신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하루빨리 돌림병을 청산하여 보고 싶은 사람이 맘대로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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