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4460호) 정성 듬뿍, 느린음식의 대명사 한국음식

튼씩이 2020. 11. 2. 07:25

일반 백성과 양반가의 음식은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일반적으로는 이들의 차이를 음식의 재료나 종류, 그리고 가짓수나 조리법으로 봅니다. 물론 이런 것의 차이도 있지만, 요리전문가에 따르면 양반가의 음식은 조상이나 집안 어른을 위하는 마음 씀씀이를 듬뿍 담고, 양념으로 쓰는 실고추ㆍ깨소금 하나에도 정성을 담아 오랜 시간 조리하는 데 있다고 합니다.

 

 

양념장 속의 양념은 진이 나도록 다졌고, 고명을 만들 때도 일정한 맛과 모양을 냈으며 쇠고기도 결을 따라 곱게 써는 것이 원칙이었지요. 그러고 보니 정성을 쏟아야 하는 음식은 일정한 시간이 필요한 것들입니다. 양지머리 고깃국이라도 끓이는 날엔 핏물을 빼려고 찬물에 담가두는 일부터 시작하여 고기에 무ㆍ대파ㆍ마늘ㆍ생강 등을 넣고 푹 고아야 합니다. 이때 국 위에 떠오른 것들은 일일이 서서 걷어내야 할뿐더러 다 끓여낸 국을 뜰 때는 국그릇을 뜨거운 물에 미리 담가 따뜻하게 한 다음 마른행주로 잘 닦아 담아내야 했지요. 국 한 대접이 밥상에 오르려면 어머니들의 이러한 정성과 공이 들어갔던 것입니다.

 

 

 

▲ 오랜 시간 정성으로 조리하는 한국음식과 표준화되어 빠른 시간에 조리하는 햄버거

 

 

특히 우리 음식의 기본으로 오랫동안 숙성시켜야 제맛이 나는 김치나 오래 둘수록 깊은 맛이 나는 된장이나 간장 같은 것들을 보더라도 우리 한국음식은 오랜 시간이 필요한 느린음식(슬로우푸드)의 대명사로 꼽힐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똑같은 재료, 똑같은 방법으로 빠른 시간에 뚝딱 만들어 나오는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에는 정성이 담기지 않아 한국음식과 견줄 수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