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와 다음 호에서는 문장의 형성 및 구조와 관련한 여러 문법 용어들을 소개하기로 한다. 우리는 제3회 글에서 ‘단어’에 대해 알아보았다. 단어는 ‘형태소’보다 크거나 같은 문법 단위이므로, 형태론의 최대 단위가 된다. 한편으로는 단어가 모여서 ‘문장’이 만들어지므로 단어는 통사론의 최소 단위가 된다. 이 글에서는 먼저 단어와 문장 사이에 있는 문법 단위들인 ‘구(句)’와 ‘절(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단어나 문장만큼은 아니지만 구와 절 역시 관점에 따라 개념 정의가 달라질 수 있어 간략히 설명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이 글에서는 학교 문법에 익숙한 일반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수준에서 필자가 가장 합리적이고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설명을 하기로 한다.
구는 두 단어 이상이 모여 일정한 의미를 나타내는 문법 단위를 가리킨다. 절은 주어와 서술어의 관계를 포함하면서 일정한 의미를 나타내는 문법 단위를 가리킨다. 주어와 서술어의 관계를 포함하려면 두 단어 이상이 되어야 하므로, 엄격히 말하면 절이 구에 포함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학술 논문에서는 명사절을 명사구라고 가리키는 경우를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절이 주술 관계를 이루는 특성을 중시하여 구와 구별되는 개념으로 사용하는 일이 많다.
(1)은 문장이기도 하지만 주어와 서술어의 관계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절이기도 하다. (1) 속에는 ‘그 요리’나 ‘아주 빨리’ 등과 같은 구가 포함되어 있다. ‘그 요리’는 명사 ‘요리’와 똑같은 기능을 하므로 명사구, ‘아주 빨리’는 부사 ‘빨리’와 똑같은 기능을 하므로 부사구라고 한다. 그런데 구가 일정한 의미를 나타낸다는 것은 의미 단위를 이루어야 한다는 뜻으로서 가령 ‘명수는 그’와 같은 말은 비록 두 단어 이상으로 이루어졌지만 의미 단위는 아니므로 구라고 하지 않는다. 구의 개념을 상세히 설명하려면 몇 호 분량의 글이 필요할 것이므로 여기에서는 이런 기본 개념만을 확인하고자 한다.
이제 서술어의 자릿수와 그에 따른 문장 성분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2)는 서술어이다. 그런데 ‘고치는’ 사건은 그 사건을 일으키는 행동의 주체와 대상이 존재해야만 성립된다. 행동의 주체만 나와 있는 (3)과 행동의 대상만 나와 있는 (4)는 온전한 문장이 될 수 없다. 고치는 사건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형이 닭장을 어떻게 했어?”라고 물어서 미리 그 필요한 정보를 알려 주는 맥락이 주어져 있다면, (2)와 같은 말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아무 맥락이 없을 때에는 (2)~(4)를 온전한 문장이라고 할 수 없다.
(5)는 서술어 ‘고쳤어’가 구성하는 사건에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행동의 주체와 대상이 각각 주어와 목적어로 나타난 문장이다. 서술어 ‘고치다’가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문장 성분은 두 개인 것이다. 이처럼 서술어가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문장 성분의 개수를 서술어의 자릿수라고 하고 필수적인 문장 성분을 필수 성분이라고 한다. 필수 성분을 두 개 요구하면 두 자리 서술어라고 한다. (6)에서는 ‘아름답다’라는 상태를 성립시키는 대상이 주어로 나타나 있다. 그 상태를 설명하는 데에는 이처럼 주어만 있으면 충분하므로 ‘아름답다’는 한 자리 서술어가 된다. 학교 문법에서는 세 자리 서술어까지 언급하고 있다.
(7)에서 ‘어제’와 ‘혼자’는 더 자세한 설명이 되는 데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고치는 사건을 말하는 데에 꼭 필요한 정보는 아니다. 이처럼 서술어가 나타내려는 사건이나 상태를 말하는 데에 없어도 되는 문장 성분을 수의 성분이라고 한다. ‘수의(隨意)’란 마음에 따른다는 뜻이므로 수의 성분은 상황에 따라 써도 되고 안 써도 된다.
학교 문법에서 모든 서술어는 주어를 반드시 필수 성분으로 가져야 한다고 본다. 절은 주어와 서술어의 관계가 포함된 단위이므로, 문장이 되려면 반드시 절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1)을 문장이기도 하고 절이기도 하다고 했는데, 이처럼 주어와 서술어의 관계가 한 번 성립한 문장, 곧 하나의 절로 이루어진 문장을 홑문장(단문)이라고 한다. 다음 호에서는 홑문장의 다양한 형식들과 둘 이상의 절로 이루어진 여러 문장 구조를 살펴보면서 그에 관한 문법 용어를 다루도록 하겠다.
글: 이선웅 (경희대학교 외국어대학 한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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