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쉼표,마침표(국립국어원 온라인소식지)

문장의 구조 및 형식 관련 용어들(3)

튼씩이 2020. 12. 18. 07:47

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서술절을 안은 문장’과 ‘인용절을 안은 문장’을 마저 소개하고자 한다. 서술절을 안은 문장을 소개할 때에는 그와 관련된 용어인 ‘주제’와 ‘언급’을 함께 설명하도록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1)의 주어를 ‘민주는’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서술어 ‘크다’의 주어는 ‘눈이’이지 ‘민주는’이 아니라는 문제가 있다. 이런 문장에 대해 학교 문법에서는 우선 ‘눈이’가 주어이고 ‘크다’가 서술어인 ‘눈이 크다’라는 절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다시 전체 문장의 주어 ‘민주는’의 서술어가 된다고 설명한다. ‘눈이 크다’는 전체 문장의 서술어로 안겨 있으므로 서술절이라고 한다. (2)도 ‘아들이 미술 학원에 다녀’를 서술절로 안은 문장이다.

 

그러나 문법학계에서는 서술절을 안은 문장의 설정과 관련하여 상당한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우리말에서 자연스럽게 쓰이는 (3)과 같은 문장은 그러한 학교 문법의 설명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3)이 ‘틀린’ 문장이 아닌지 의심할 것이다. 그러나 이 연재의 첫머리에서 설명했듯이 문법에는 규범 문법과 기술 문법이 있다. 토박이 화자들이 자연스럽게 쓰는 문장 그대로를 설명하는 것이 기술 문법이라는 사실을 상기해 본다면, (3)은 기술 문법의 설명 대상이다. 규범 문법의 관점에서 (3)을 틀린 문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에 따르면 (3)을 “커피를 마시면 잠이 안 와.”처럼 수정해야 한다. 우리말을 자세히 관찰하면 (3)과 같은 문장이 상상 외로 자주 쓰임을 알 수 있는데, 그런 모든 문장들을 수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언어 규범을 넘어서 언어 규제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3)에서 ‘커피는’을 ‘잠이 안 와’의 주어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잠이 안 와’의 주어로 ‘나는’이 생략되어 있다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결국 (3)은 서술절을 안은 문장으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문장을 설명하기 위해 문법학자들은 ‘주제’(혹은 ‘화제’)와 ‘언급’(혹은 ‘평언’) 개념을 도입한다. 화자가 문장에서 어떤 대상과 관련해 어떤 내용을 말하고자 할 때에 그 대상을 ‘주제’라고 하고, 그 내용을 ‘언급’이라고 한다. 주제는 보통 ‘~와/과 관련해 말하자면’으로 해석되는 대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3)은 커피와 관련된 내용을 말하고자 하는 문장이고, 그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잠이 안 온다는 사실인 것이다. 따라서 (3)의 주제는 ‘커피’이고 언급은 ‘잠이 안 와’이다. 주제와 언급 개념은 (1), (2)와 같은 서술절을 안은 문장도 설명할 수 있다. (1)에서 주제는 ‘민주’이고 언급은 ‘눈이 크다’이다. (2)에서 주제는 ‘그분’이고 언급은 ‘아들이 미술 학원에 다녀’이다.

 

 

 

 

주제와 언급은 화자가 말하고자 하는 대상과 내용을 기준으로 한 문법 개념이므로, 문장 성분의 구성과 상관없이 모든 문장에서 유연하게 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제와 언급의 정의에 따라 (4)와 (5)를 분석할 수 있다. (4)와 (5)의 주제는 각각 ‘진호’와 ‘독서’이고, 언급은 각각 ‘독서를 한다’와 ‘진호가 한다’이다.

 

 

 

 

(6)과 (7)은 형이 한 말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문장이다. 말/글/생각을 따온 절을 인용절이라고 하는데, (6)에는 형이 한 말을 그대로 따온 인용절이 들어 있고 (7)에는 그 말이 현재 화자의 관점에서 변형이 되어 있는 인용절이 들어 있다. 앞엣것을 직접 인용절이라 하고 뒤엣것을 간접 인용절이라고 한다. 학교 문법에서 (6)과 (7)은 인용절을 안은 문장이라고 한다.

 

 

 

 

 

 

글: 이선웅 (경희대학교 외국어대학 한국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