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는 ‘고갯마루’, ‘산마루’처럼 가장 높은 부분을 말하기도 하고 가장 중심이 되는 곳을 가리키기도 하는 우리말이다. 그래서 멀리 수평선 한가운데 두두룩하게 솟아 보이는 부분을 ‘물마루’라 하고, 길바닥에서 가장 높이 솟은 부분을 ‘길마루’라고 한다. 마루는 자연이나 지형뿐만 아니라, 사람 몸의 ‘콧마루’나 한옥 지붕의 한가운데 가장 높은 부분인 ‘용마루’처럼 생활문화에서도 쓰이며, 글을 쓸 때 본문이 되는 부분을 ‘글마루’라 하듯 추상적 경계까지 넘나든다.
한자 ‘宗’의 훈이 ‘마루’이듯, 마루는 어떤 사물의 근본을 뜻하거나 가장 먼저 내세울 수 있는 기준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막다른 곳을 표현할 때에도 마루가 끼어든다. 이번 총선에서 한 끗 차이로 낙선했다고 아쉬워하는 후보들이 더러 있을 것이다. 어떤 일의 성사 여부를 결정짓는 마지막 끝판을 ‘대마루판’ 또는 줄여서 ‘대마루’라고 하니, 계속 앞서 가다가 대마루판에서 고비를 넘지 못하고 패했다고 말할 수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동쪽 담 옆에서 구세군회관까지 한글가온길(새문안로3길)이 북에서 남으로 죽 뻗어 있다. 이 한글가온길의 ‘길마루’에는 온통 영문자 상호와 광고글로 뒤덮인 서양식 음식점이 세련된 외관을 뽐내며 당당하게 서 있고, 그 아래쪽에 한글회관이 허름한 모습으로 자리해 있다. 마치 오늘날의 언어 현실을 보는 듯하지만, 한글은 여전히 우리 겨레문화의 ‘용마루’이다.
출처: https://www.urimal.org/2723?category=411632 [한글문화연대 누리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