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쉼표,마침표(국립국어원 온라인소식지)

어미의 종류(2)

튼씩이 2021. 1. 9. 10:03

이번 호에서는 어미(語尾)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어미의 종류는 오래전에 다룬 바 있는데, 그때에는 거시적으로 어말 어미, 선어말 어미, 비종결 어미, 종결 어미, 연결 어미, 전성 어미, 그리고 전성 어미의 종류들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먼저 이어진 문장과 관련한 어미의 종류 관련 용어를 간략히 살펴본 후, 어미들의 특성까지 살펴보도록 한다. 이 연재의 목적인 용어 소개에 그치지 않고 어미의 특성까지 설명하려는 것은 문법 용어와 실제 대상이 일대일로 대응되지 않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1)은 ‘-고’로 연결된 대등하게 이어진 문장이다. 이처럼 대등하게 이어진 문장을 만드는 연결 어미를 ‘대등적 연결 어미’라고 한다. 대등적 연결 어미에는 ‘-고, -(으)나, -지만, -거나’ 등을 들 수 있다. 반면 (2)는 ‘-는데’로 연결된 종속적으로 이어진 문장이다. 이처럼 종속적으로 이어진 문장을 만드는 연결 어미를 ‘종속적 연결 어미’라고 한다.

 

 

 

 

(3)은 대등적 연결 어미들이고 (4)는 종속적 연결 어미들이다. 이들을 구분하려면 의미적으로 두 절이 대등하게 이어져 있는지 종속적으로 이어져 있는지 구분해야 하는데, 절의 연결 방식을 판단하는 것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5)에서 ‘-지만’은 앞뒤 절의 내용을 대조적으로 연결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6)에서 ‘-지만’은 단순하게 생각하면 (5)의 ‘대조’ 의미와 별 다를 바 없어 보이나, ‘겨울’과 ‘날씨’를 대조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때의 ‘-지만’은 (2)에 쓰인 ‘-는데’와 같이 ‘양보’ 의미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5)는 대등하게 이어진 문장으로 보아 이때의 ‘-지만’은 대등적 연결 어미로, (6)은 종속적으로 이어진 문장으로 보아 이때의 ‘-지만’은 종속적 연결 어미로 보는 학자들이 많다. 사람들은 흔히 문법에서 단 한 가지의 고정적 해석을 원하곤 하는데, 문법 역시 여타 인문학과 마찬가지로 관점에 따라 달리 파악될 수 있는 현상들이 많다.

 

 

 

 

‘-고’라고 해서 (1)과 같이 ‘나열’의 의미만 가지는 것이 아니다. (7)은 단순한 사실 나열이 아니라 해가 진 후에 달이 떴다는 시간적 선후 관계를 나타내는 문장으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 해석일 것인데, 이때의 ‘-고’는 (1)의 ‘-고’와는 달리 뒤에 ‘서’가 붙을 수 있다. 그리고 (8)과 같이 앞 절이 뒤 절 속으로 이동해 들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9)에서 보듯이 (1)은 앞 절이 뒤 절 속으로 이동해 들어갈 수 없다. 앞 절이 뒤 절 속으로 이동해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종속절의 특성 중 하나인데, 그래서 (7)의 ‘-고’는 (4)에서 보듯이 종속적 연결 어미로 분류가 되어 있는 것이다.

 


종속적 연결 어미는 (4)에서 보듯이 다양한 의미를 나타내고, 이러한 특성이 우리말의 가장 중요한 문법적 특성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하나의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 용법이나 어감이 다른 여러 어미들이 사용되는가 하면, 하나의 어미가 여러 의미를 나타내기도 한다.

 

 

 

(10)에서는 ‘-어(서)’ 앞뒤 절이 시간적 선후 관계를 이루고 있으므로 이때의 ‘-어(서)’는 ‘앞선 시간’의 의미를 나타내지만, (11)에서는 ‘-아(서)’의 앞뒤 절이 인과 관계를 이루고 있어 ‘-아(서)’가 ‘이유/원인’의 의미를 나타낸다. 또 (12)에서의 ‘-다가’는 앞 절의 사건이 중단됨을 나타내지만 (13)의 ‘-다가’는 ‘이유/원인’의 의미를 나타낸다. 하나의 어미가 지니는 여러 의미는 서로 연관이 되어 있어 의미들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본질적 의미로 설명하기도 하나, 일반적으로는 의미를 나누어 설명한다.

 

 

 

 

글: 이선웅 (경희대학교 외국어대학 한국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