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한글문화연대

개발과 계발

튼씩이 2021. 1. 11. 07:40

한때 텔레비전 광고에서 비롯한 유행어 가운데 “니들이 게 맛을 알아?” 하는 말이 있었다. ‘게 맛’은 발음에 여간 유의하지 않으면 자칫 ‘개 맛’으로 소리 낼 위험이 있고, 또 그렇게 들릴 수 있다. [ㅔ]와 [ㅐ]는 둘 다 전설모음이기는 하지만, [ㅔ]는 [ㅐ]보다 혀가 높이 올라가고 좀 더 앞쪽에서 소리가 난다. 곧 ‘개’가 ‘게’에 비해 비교적 입이 크게 벌어지고 입천장 뒤쪽에서 소리가 나는 것이다. 이를 구별하여 발음하는 데 소홀했던 까닭에 ‘개발’과 ‘계발’의 쓰임마저 혼동되고 있다.

 

‘개발’과 ‘계발’ 두 낱말은 실제로 거의 구분이 없어진 것처럼 쓰이고 있다. 그러나 ‘개발(開發)’과 ‘계발(啓發)’은 본디부터 쓰임이 서로 달랐으며, 아직도 이 둘의 쓰임은 구분될 필요가 있다. ‘개발’에는 ‘개척’의 의미가 담겨 있다. 유전을 개발하거나 신도시를 개발하는 것은 모두 ‘개척’이다. 이를 ‘계발’과 비교하면 가장 뚜렷한 특징은 ‘이루어 내다’로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계발’은, 인간의 지적⋅정신적 능력에 관계된 낱말이다. 들판에 신도시를 열듯(개발), 정신세계에 깨우침을 여는 것(계발)이다. ‘계발’의 특징은 ‘이끌어 내다’라고 볼 수 있다. ‘개발’은 “동해상에 유전을 개발한다.”로, ‘계발’은 “각자의 소질을 계발한다.”로 쓰인다. 다만,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사람의 내면에 관계되었다고 해서 모두 ‘계발’인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인위적으로(‘학습’ 등으로) 사람의 능력을 신장시키는 것은 [이끌어 냄]보다는 [이루어 냄]에 가까우므로 “능력 개발”이라 할 수 있다.



 

출처: https://www.urimal.org/2681?category=411632 [한글문화연대 누리집]

 

[아, 그 말이 그렇구나-327] 성기지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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