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한글문화연대

‘가렵다’와 ‘간지럽다’

튼씩이 2021. 1. 9. 10:05

‘가렵다’고 말해야 할 상황에서 ‘간지럽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가령, “등허리가 무척 간지러워.”라든지, “모기 물린 데가 생각보다 간지러워.”처럼 말하는 예가 흔하다. 그러나 이때에는 “등허리가 무척 가려워.”, “모기 물린 데가 생각보다 가려워.” 들처럼 ‘가렵다’로 쓰는 것이 알맞은 표현이다. ‘가렵다’는 ‘살갗에 긁고 싶은 느낌이 있을 때’ 쓰는 표현이고, ‘간지럽다’는 ‘무엇이 살에 살살 닿아 스칠 때처럼 몸이 옹그려지면서 견디기가 어려울 때’ 쓰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살갗 어느 부분에 긁고 싶은 느낌이 들면 그것은 가려운 것이고, 누가 귓속에 입김을 호오 불어넣는 것처럼 어떤 상황으로 몸이 움츠러들면서 견디기 어려우면 간지러운 것이다. 거북한 일을 볼 때에 ‘낯이 간지럽다’고 하든지, “아기는 엄마의 손길이 간지러워 몸을 움츠렸다.”고 하는데, 이를 ‘가렵다’, ‘가려워’로 말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간지럽다’는 ‘가렵다’와는 달리, 몹시 어색하거나 거북하거나 더럽고 치사하여 마음에 자리자리한 느낌이 있다는 뜻으로 널리 쓰이는 말이다. 살갗의 촉감을 떠나 어떤 상황에 대한 감정을 나타내는 말인 셈이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지역구 후보자를 가끔 출근길 지하철역에서 만난다. 허리까지 숙여가며 잘 다녀오시라고 인사를 하는데, 평소에는 얼굴도 보기 어려운 국회의원의 극진한 인사를 받으며 왠지 간지러운 느낌이 드는 것은 단지 편견 때문일까?

 

 



출처: https://www.urimal.org/2693?category=411632 [한글문화연대 누리집]

 

[아, 그 말이 그렇구나-329] 성기지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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