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인 1971년 1월 22일 집권 8년 차에 접어들었던 박정희 정권은 부처별 지시사항을 발표했습니다. 50여 개에 달하는 이 지시사항은 경제성장과 국민생활 개선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 속에는 장기집권에 필요한 국민 감시 규제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지요. 특히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문화 전반에 걸쳐 검열을 주도했는데 박정희는 당시 문화공보부 장관에게 “히피 머리형의 장발족은 국영뿐 아니라 민간 텔레비전 방송에도 절대 출연하지 못하게 하라”고 직접 지시했을 정도였습니다.

▲ 70년대 장발족 단속했다는 신문 기사들
그뿐만 아니라 경찰은 길거리에서 히피 머리형의 장발족에 대한 일제 단속을 벌였고, 시민을 마구잡이로 연행해 머리를 깎은 뒤 집으로 돌려보기까지 했지요. 이에 대해 당시 문화공보부 장관은 “장발 추악한 작폐 등은 사회윤리와 법질서를 문란 시키고 있으며, 특히 청소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쳐 건전한 국민정신을 해치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박정희는 아울러 신문ㆍ방송ㆍ영화ㆍ음악ㆍ도서 등 문화 전반에 걸쳐 검열을 강화하도록 하는 ‘자율 규제 강화 방안’을 지시하기까지 합니다. 이후 예술과 국민의 의사 표현에 대한 자유는 갈수록 침해를 받았습니다. 심지어 가수들도 자기 생각을 마음대로 노래할 수도 없었는데 노랫말이 정부에 비판적이라거나 퇴폐나 불신을 조장한다는 까닭으로 가요 자체를 금지곡으로 만들어 버렸지요. 요즘엔 국민가요가 된 ‘아침이슬’, ‘상록수’는 물론 김추자의 ‘거짓말이야’, 이장희의 ‘그건 너’, 송창식의 ‘왜 불러’ 등이 금지곡 목록에 들어있었습니다. 민주주의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 그때 벌어졌었지요.

▲ 지금은 국민가요지만 70년대 금지가요가 되었던 ‘아침이슬’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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