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4529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둑판

튼씩이 2021. 2. 5. 08:03

오늘 프로기사 신민준 9단이 LG배 결승3번기 최종국에서 중국 순위 1위인 커제 9단에게 승리하여 세계대회 첫 우승을 달성했다는 소식입니다. 그동안 세계 으뜸 기사라는 커제 9단에 열세였던 신민준 9단의 쾌거여서 바둑애호가들은 기뻐했습니다. 바둑은 오랜 옛날부터 우리 겨레가 즐겼던 놀이의 하나로 한ㆍ중ㆍ일 세 나라가 모두 좋아합니다. 바둑은 선인(仙人)들이 바둑 두는 것을 구경하던 나무꾼이 도끼자루 썩는 줄도 모를 정도로 세월이 지나 있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 난가(爛柯)라는 말도 있다고 하지요. 또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끼리라도 바둑을 두면 마음이 통한다는 뜻으로 수담(手談)이라고도 부릅니다.

 

 

그래서 바둑판을 아끼는 이들도 많았고, 대단히 아름다운 바둑판도 전해져 옵니다. 특히 백제 마지막 임금인 의자왕이 일본에 선물한 바둑판이라고 알려진 “목화자단기국(木畵紫檀碁局)”은 그 화려함이 대단하지요. 목화자단기국은 일본 왕실의 보물을 보관하는 곳인 나라 정창원에 보관 중인데 상아로 새겨진 옆면의 그림이 너무도 아름다워 일본 왕실 보물이자 으뜸 예술품으로 꼽힙니다.

 

 

 

▲ 의자왕이 일본에 선물한 바둑판이라고 알려진 “목화자단기국(木畵紫檀碁局)” - 왼쪽, 교토 고려미술관 소장의 아름다운 바둑판 나전장생문기반(螺鈿長生文碁盤)

 

 

 

그밖에 일본 도쿄 국립박물관에 소장된 용과 호랑이 무늬 바둑판 용호문나전기반(龍虎文螺鈿碁盤)도 그 우아한 자태를 뽐냅니다. 또 재일동포 정조문 선생이 운영하는 교토의 고려미술관에도 아름다운 바둑판이 있습니다. 바로 나전장생문기반(螺鈿長生文碁盤)이 그것인데 바둑판에 십장생무늬를 새겨 넣었습니다. 특히 이 바둑판은 16개 돌을 미리 놓고 두는 한국 고유의 바둑인 순장바둑판으로 요즘의 바둑판(45㎝×42㎝)과는 달리 45㎝×45㎝로 정사각형입니다. 그리고 이 바둑판은 바둑돌을 놓을 때마다 맑고 경쾌한 소리가 난다니 가히 예술작품이라고 보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