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4599호) 번화한 도시의 모습을 담은 <태평성시도>

튼씩이 2021. 5. 14. 12:46

국립중앙박물관에는 1폭이 세로 113.6cm, 가로 49.1cm인 8폭 병풍 <태평성시도>가 있습니다. <태평성시도(太平城市圖)>는 조선 후기에 제작된 것으로 성시(城市) 곧 조선의 한양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묘사한 작품인데 모두 8폭의 화면에 2,120명 정도의 인물과 300여 마리의 동물 그리고 각종 그릇과 건물, 도로 등 번화한 도시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풍속화입니다.

 

 

 

▲ 작가 모름, <태평성시도, 8폭 병풍>, 비단에 색, 각 113.6×49.1cm, 국립중앙박물관

 

 

영ㆍ정조 시대에는 상공업이 발달함으로써 도시인들의 소비생활이 활발해졌고 저잣거리(시장)는 연희패 등의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찾아다니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쳐났습니다. 따라서 그림 속 가게들은 고급스러운 마감재와 실내장식이 돋보이고 그 안에 옷, 푸성귀(채소), 고기, 생선, 건어물 등의 식생활용품과 빗, 장도, 담뱃대, 칼, 안경, 우산, 도자기 등의 기호품 그리고 서화, 서적, 지필묵 등의 문방구와 옹기, 광주리, 대자리 등의 생활용품 등이 가득하지요.

 

그 가운데서도 특히 종이를 파는 지전(紙廛)과 책을 파는 서점, 서화를 파는 서화전은 당시의 문화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곳입니다. 그때는 가게에 간판을 거는 데가 별로 없었는데 대신 가게에서 파는 물건을 매달거나 특정한 쓰임새를 짐작할 수 있는 문구를 건물 벽에 대구(對句)처럼 써 놓은 놓아 사람들의 구매력을 자극했지요. 특히 서화전에는 ‘寫成天地山河景(천지산하의 풍경을 그리고)’ ‘無限風光紙上畵(무한한 풍광을 종이 위에 그려)’ ‘奪得先天造化(선천의 조화를 얻어내네)’라는 글귀가 보여 그림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이상적인 경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 <태평성시도(太平城市圖) 병풍> 가운데 서화가게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