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4626호) 88년 만에 귀향한 <나주 서성문 안 석등>

튼씩이 2021. 6. 23. 08:04

전라남도 나주시 국립나주박물관에 가면 전체 높이 3.27m, 간석 높이 0.83m, 지대석 너비 1.44m 크기의 보물 제364호 나주 서성문 안 석등(石燈)이 있습니다. 이 석등은 본래 전라남도 나주읍 서문안에 있던 것을 1929년 경복궁으로 옮겨놓았다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건되어 보관되던 중 2017년 해체, 보존처리를 거쳐 고향인 국립나주박물관으로 돌아가 전시돼 있습니다. 석등은 불을 밝혀두는 화사석(火舍石)을 중심으로, 아래는 3단을 이루는 받침을 두고 위로는 지붕돌과 머리장식을 얹었지요.

 

 

 

▲ 88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보물 제364호 나주 서성문 안 석등(石燈)

 

 

 

네모난 모양의 널찍한 바닥돌 위에 세워져 있으며, 아래받침돌은 8각이고 연꽃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기둥모양의 중간받침은 8면으로 면마다 테를 둘러 공간을 만들고 그 중심 안에 한 줄씩의 문장을 새겼는데. 윗받침돌은 8각면에 돌아가며 연꽃무늬를 조각했고, 화사석은 새로 만들어 놓은 것으로 창이 4개입니다. 지붕돌은 매우 장식적으로 8개 면마다 처마 끝에 짧은 막을 드리운 것처럼 세로줄무늬가 있고, 그 위로 막 피어오르는 형상의 꽃장식이 두툼하게 달려 있으며, 지붕돌 위로는 마치 지붕을 축소해 놓은 듯한 돌이 올려져 있습니다.

 

 

받침에 새겨져 있는 기록을 통해 고려 선종 10년(1093)에 석등을 세웠음을 알 수 있지요. 원래 홍룡사에 있었던 석등이라고는 하지만 현재 홍룡사가 있던 자리는 알지 못합니다. 각 부분의 조각이 둔중한 편이나 지붕돌의 형태가 장식적인 공예기법을 보이는 특이한 고려시대 작품으로, 남북국시대(통일신라) 8각형 석등의 양식을 이어받으면서도 그 구조와 조각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