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국어 배움책(교과서) 첫째 마당 이름이 ‘바른 자세로 읽고 쓰기’입니다. 여기 있는 ‘자세’와 아랑곳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거의 다 ‘자세’라는 말을 자주 보고 들었기 때문에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옛날 배움책에는 ‘자세’라는 말을 써야 할 곳에 ‘몸씨’라는 말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은 말집 사전에 올라 있지 않아서 안타깝기도 합니다.
‘자세’는 한자말로 풀이를 하면 ‘모양/맵시 자(姿)’에 ‘형세/기세 세(勢)’입니다. 둘 다 ‘모양’ ‘꼴’과 비슷한 뜻입니다. 말집(사전)에서 찾아보면 ‘몸을 움직이거나 가누는 모양’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는데 한자 풀이를 가지고는 ‘몸의 모양’이라는 뜻을 알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자세’에는 ‘일몬(사물)을 대할 때 가지는 마음가짐’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비슷한말로 ‘몸자세’라는 말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지요. 한자말 ‘자세’는 ‘몸’도 ‘마음’도 다 들어가는 흐릿한 말이 되어버립니다.
그런데 ‘자세’라는 말 못지않게 우리가 자주 쓰는 말인 ‘마음씨’라는 토박이말과 함께 생각해 보면 ‘몸씨’라는 말이 아주 딱 맞는 말이 됩니다. ‘마음씨’를 말집 사전에서 ‘마음을 쓰는 태도’라고 풀이하고 있는데 ‘몸을 쓰는 태도’는 ‘몸씨’가 됩니다. 이렇게 우리가 ‘자세’라는 한자말에 몸과 마음이라는 뜻을 담아 두루 쓰면서 ‘몸씨’라는 말은 아예 잊어버리고 살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마음가짐이라는 말과 함께 ‘몸가짐’이라는 말도 있기 때문에 이런 토박이말을 알맞게 잘 살려 쓰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1학년 아이들에게 어떤 말이 더 쉬운 말일지 생각해보면 어떤 말을 써야 할 것인지가 더욱 밝아집니다.
오늘도 토박이말에 마음을 써 봐 주시고 좋아해 주시며 둘레 사람들에게 나눠 주시는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4354해 들가을달 열사흘 닷날(2021년 8월 13일 금요일) 바람 바람.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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