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죽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이장희의 시 「봄은 고양이로다」입니다. 따사로운 봄기운이 고양이의 눈과 입과 수염에 내려앉은 모습을 잘 그려냈습니다. 그런데 여기, 조금 다르지만 봄과 고양이를 그린 조선 후기 화가 변상벽의 그림이 있습니다. <묘작도猫雀圖>라는 이 그림에서 참새를 쫓아 나무 위에 올라간 고양이 한 마리가 나무 아래에 있는 동무를 내려봅니다. 고양이의 털을 일일이 잔 붓질로 꼼꼼하게 묘사한 영모화翎毛畵지요.
<묘작도>는 봄기운이 물씬 나는 그림이지만 사실은 그림을 선물한 사람의 축원이 담겨 있습니다. 고양이 ‘묘猫’와 70세 노인 ‘모耄’는 둘 다 중국어로 ‘마오’라 발음하기 때문에 고양이는 70세 된 노인을 뜻합니다. 또 참새 ‘작雀’과 까치 ‘작鵲’의 소리도 같아서 참새는 기쁜 소식을 뜻하지요. 따라서 이 그림은 고희(70세)를 맞은 노인의 생일을 축하하고, 그의 자식이 입신출세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습니다. 이렇게 옛사람들은 소원을 이루게 해 달라고 신에게 비는 마음을 그림에 담아 선물하기를 즐겼습니다.
영모화 새와 동물을 소재로 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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