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먹는 고기 중에 가장 으뜸으로 꼽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쇠고기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예전에는 한자말 고기 육(肉) 자가 붙어 있으면 대개 쇠고기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간장에 쇠고기를 넣고 조린 반찬을 ‘육조림’이라 하고, 쇠고기를 다져서 중탕하여 짜낸 국물은 ‘육즙’이고, 또 쇠고기를 잘게 썰어 양념해서 그냥 먹는 ‘육회’도 있다. 그러니까, 육조림이니, 육즙이니, 육회라고 하면 모두 쇠고기를 재료로 한 것이다.
이에 비해서 다른 고기로 만든 음식에는 동물의 명칭을 그대로 썼다. 예를 들면, 제육볶음이란 음식이 있는데, 이 음식의 재료는 돼지고기이다. 그래서 돼지 저(猪) 자와 고기 육(肉) 자를 붙여 ‘저육볶음’이라 부르다가, 이 소리가 오늘날 ‘제육볶음’으로 변한 것이다. 이때의 ‘제’를 모두 제(諸) 자인 줄 알고 ‘여러 고기를 볶은 요리’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해이다.
그런데 앞에 ‘육’ 자가 붙은 음식이라고 해서 모두 쇠고기를 재료로 한 것은 아니다. 젓갈 중에 ‘육젓’이 있는데, 이때의 ‘육’은 ‘고기 육’ 자가 아니라 ‘여섯 육’ 자이다. 유월에 잡히는 새우가 가장 맛있다고 한다. 요즘 잡은 새우로 담근 젓을 ‘육젓’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육회와 육젓의 가장 큰 차이는 날고기냐 젓갈이냐가 아니라, 그 재료가 쇠고기냐 새우냐에 있다. 유월의 별미는 육회보다 육젓이다.
출처: https://www.urimal.org/635?category=411632 [한글문화연대 누리집]
[아, 그 말이 그렇구나-92] 성기지 운영위원 2015.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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