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의 화가로 불리는 빈센트 반 고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서양화가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반고흐 자화상을 보면 귀 한쪽 없는 모습입니다. 그는 1888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신경과민으로 발작을 일으켜 귀의 일부를 잘랐다고 하지요. 그림을 잘 모르는 이들도 그런 고흐를 알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송곳으로 자기의 눈을 찔러 애꾸가 된 화원 최북이 있음을 아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 이한철 작 <최북 초상화>, 종이에 먹, 66×41cm, 개인 소장
최북(崔北, 1712~86)은 높은 벼슬아치가 와서 그림을 그려달라고 윽박지르자 “차라리 나 자신을 자해할지언정 남에게 구속받아 그림을 그리지 않겠다.”라며 송곳으로 자기 눈을 찔러 애꾸가 되었습니다. 고흐와는 달리 최북은 본인의 확고한 의지를 가진 행위를 한 것이지요. 그렇게 꼿꼿한 정신으로 그림을 그렸던 그는 그림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데도 그림값을 너무 많이 주면, 돈을 내던지며 비웃던 작가였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최북이 그린 <소채도>가 있습니다. 붉은빛 무와 가지, 그리고 오이를 마치 정물화를 그리듯 배경 없이 그려낸 이 그림은 소박하면서도 친근한 느낌이 듭니다. 특별한 물건이 아닌 삶에서 흔히 보는 푸성귀(채소)들을 소재로 했는데도 절대 가볍지 않은 깊이를 볼 수 있습니다. 그는 독특하게도 손가락이나 손톱에 먹물을 묻혀서 그린 그림 지두화(指頭畵)도 잘 그렸습니다. 최북의 호는 붓으로 먹고산다고 하여 ‘호생관(毫生館)’ 자신의 이름 북(北) 자를 반 자르면 칠(七)자가 된다고 스스로 ‘칠칠이’라 했고, 메추라기를 잘 그려 ‘최메추라기’, 산수화에 뛰어나 '최산수(崔山水)'로도 불렸습니다.

▲ <소채도>, 최북, 종이에 담채, 24.2 x 32.3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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