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 마리 유기견이 들려주는 이야기
자신이 버려진 줄도 모르고 길거리를 떠돌고, 유기견 보호소에서 외로운 시간을 보내며 자신에게 내미는 작은 손길에도 희망을 품는 스물여섯 가지 짧은 이야기기 담겨 있다.
프롤로그
개로 태어나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생각보다 무척 힘든 일이야
개 농장에서 태어나 미처 엄마 젖도 떼기 전에 낯선 어딘가로 옮겨져. 사람들은 개가 어리고 작을수록 예쁘다고 생각하거든.
사람들과 함께 살게 되면 행복할 때도 있고 원 없이 사랑받기도 해. 개를 가족이자 식구로 여길 줄 아는 좋은 사람을 만나면 즐겁게 살다 편안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어. 하지만 개를 예쁜 장난감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면 사는 게 복잡해져. 아기 때 모습이 사라지고 집 안에 털이 날리면 사람들의 마음도 변해. 건강해서 활발하게 움직여도, 잘 먹고 똥을 잘 싸도 냄새 난다고 싫어하고, 기분 좋아서 큰 소리로 인사를 해도 시끄럽다고 싫어해. 이대로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사람들 표정이 싸늘해지고 개는 버려지지.
쫓겨난 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사람도 그렇잖아? 갈 곳 없는 개는 굶주림과 두려움에 떨며 거리를 떠돌아다니거나 하루하루 간신히 버텨. 이런 개를 보면 사람들은 지저분하다고 싫어해. 붙잡히면 보호소로 가게 돼. 보호소에는 먼저 들어온 개가 셀 수 없이 많아. 모두 경쟁자야. 운이 좋으면 다시 보호소를 떠나 새로운 가족들과 살게 돼. 좋은 사람을 만나면 예전보다 더 행복할 수도 있어. 가끔은 보호소로 되돌아오기도 하고. 사람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주사를 맞고 이 세상과 작별해.
내가 세상과 작별하는 순간에도 개 농장에서는 또 다른 개들이 태어나겠지. 더 예쁘고 외모가 독특한 개들이.
에필로그
우리는 사소한 결정을 내릴 때에도 자신의 관점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합니다. 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아마도 할 이야기가 많겠지요. 선택지 없이 살아가는 반려동물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하는 호기심이 『개의 입장』의 시작이었습니다. 책 속 주인공은 대부분 자신이 버림받았다는 사실도 모르고 거리를 헤매거나 유기견 보호소에 있는 개들입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신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행복해지는 꿈을 꾸는 그들의 마음이 사람과 다를 것 없음을 그림과 글로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가족이 병들고 늙었다고 버리지 않듯, 자신이 돌보던 개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책임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건 개를 가족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은 이제 '반려동물'이라고 합니다. 인간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듯, 세상은 인간과 동물의 공존도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반려동물과의 공존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분적인 변화와 성장은 아닌지 고민할 만한 문제는 끊이지 않고 벌어집니다. 버려지는 반려동물은 해마다 계속 증가하고, 보호자의 관리 소홀로 동물도 사람도 다치거나 생명을 잃는 일까지 생기기도 합니다.
반려동물과 가족이 되는 일은 언제든, 어떤 식으로든 일방적으로 관계를 끝낼 수 있는 선택이 아니며 그들도 존중받아야 마땅한 사회 구성원입니다. 기약할 수 없을 만큼 오래 걸리겠지만, 가족 구성원의 생김생김은 다양하며, 서로 다른 소중한 가치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사회로 변화한다면 버려지는 반려동물도 줄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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