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 9

온고지신(溫故知新)서 온고작신(溫故作新)을 생각하다

지금 [서한범의 우리음악 이야기]에서는 연희집단 의 창립 30돌 관련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이 단체의 공연이 기업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호응을 얻게 되면서 후원 기업의 수가 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번 주에는 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무슨 말인가? 우리는 ‘옛것을 익히고 미루어 새 것을 안다’라는 뜻의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말은 알고 있으나, 온고작신이란 말은 생소하다. 아마도 ‘옛것에서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의미를 그렇게 표현한 것이리라. 풍물에 참여하는 북이나 장고와 같은 악기들은 빈 통 위에 가죽을 씌워 만들고, 꽹과리나 징과 같은 쇠붙이 악기들은 쇠를 얇게 만들어 울림을 극대화하는 편인데, 이러한 악기들을 오래도록 치고 다루다 보면 자연스럽게 찢어지고 깨져서 ..

(얼레빗 제4729호) 다른 악기 소리를 포근히 감싸 안는 대아쟁

지난 7월 1일 한국양금협회(대표 윤은화) 주최의 ‘2022 한국양금축제’가 열렸습니다. 그때 윤은화 작곡의 ‘은하’를 양금으로 연주하는데 양금에 거문고, 피리와 대아쟁이 더해져 음악은 정말 풍성해졌습니다. 특히 대아쟁이 함께 하면서 '우주의 공허함', '별들의 대화'는 물론 '우주 속에 하나 되는 우리'를 잘 표현했다는 느낌을 받았지요. ▲ 지난 7월 1일 ‘2022 한국양금축제’ 때 등장한 대아쟁(오른쪽 두 번째) 여기서 우리에게 선보인 ‘대아쟁’은 가야금처럼 연주자의 앞쪽에 수평으로 뉘어 놓고 '활대'라는 바이올린이나 첼로의 활처럼 생긴 것을 써서 줄과 수직 방향으로 활을 비비거나, 가끔 손가락으로 가야금처럼 뜯기도 하면서 연주하는 아쟁의 하나입니다. 여기서 대아쟁은 정악 연주에 쓰는 것으로 원래 ..

수양대군과 춤추는 학

수양대군과 춤추는 학 어느 날 안평대군 이용 · 임영대군 이구와 더불어 향금(鄕琴)을 타라고 명하였는데, 세조는 배우지 않았으나 안평대군 용이 능히 따라가지 못하니 세종과 문종이 크게 웃었다. (……) 세조가 또 일찍이 피리(笛)를 부니 자리에 있던 모든 종친들이 감탄하지 않는 자가 없었고, 학(鶴)이 날아와 뜰 가운데에서 춤을 추니 금성대군(錦城大君) 이유(李瑜)의 나이가 바야흐로 어렸는데도 이를 보고 홀연히 일어나 학과 마주서서 춤을 추었다. - 『세조실록』 총서 세 번째 기사 어린 조카 단종의 왕위를 빼앗은 세조(1417∼1468년, 재위 1455∼1468년)를 후세 사람들은 곱게 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으로 본다면 업적도 적지 않았지요. 특히 세조는 훈민정음이 자리를 잡는 데 ..

달빛을 받으며 생황과 철금 연주하기

달빛을 받으며 생황과 철금 연주하기 하루는 선군(박지원)이 담헌(홍대용)의 집에 갔을 때 구리철현금(양금) 몇 벌이 있는 것을 보았다. 대개 중국에 갔던 사신을 통해 들어오게 되었는데 당시 연주할 사람이 없었다. 선군이 시중드는 자에게 그것을 내리게 하니 담헌은 웃으며 “연주할 줄 모르는데 무엇에 쓰려나?” 하였다. 이에 선군이 작은 관으로 시험 삼아 연주하면서 말하기를 “그대는 가야금을 가지고 와서 현을 따라 함께 연주하여 그것이 어울리는지 시험해보지 않겠는가?” 하였다. 연암 박지원의 둘째아들이 아버지의 회고담을 듣고서 기록해둔 내용입니다. 이 글의 뒷부분을 보면 그들이 여러 번 맞춰 연주하니 드디어 화음을 이루었다고 전합니다. 또 이후 금사(김억)와 같이 연주하기 위해 모였는데, 고요한 밤에 음악이..

신라인의 삶과 철학이 담긴 토우장식 항아리

신라인의 삶과 철학이 담긴 토우장식 항아리 ‘토우土偶’란 ‘흙으로 만든 인형’이라는 뜻으로 어떤 형태나 동물을 본떠서 만든 토기를 말합니다. 이러한 토우는 생산과 풍요, 귀신을 물리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토우를 주술적 의미로, 무덤에 주검과 함께 넣는 껴묻거리(부장품)로 만들었습니다. 동물의 뼈나 뿔, 나무, 짚이나 풀로 만들기도 하지만, 많은 수가 흙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토우’라고 표현하지요. 국립경주박물관에 있는 국보 제195호 ‘토우장식목긴항아리土偶裝飾長頭壺’는 2점인데 계림로 30호 무덤에서 출토한 목항아리는 높이 34cm, 아가리 지름 22.4cm이고, 노동동 11호 무덤에서 출토한 목항아리는 높이 40.5cm, 아가리 지름 25.5cm입니다. 아쉽게도 항아리의 주둥..

기생의 가냘픈 기다림을 노래한 가곡 <바람은>

바람은 자동치듯 불고 구진비는 붓듯이 온다 / 눈 정에 거룬 님을 오늘 밤에 서로 만나자 허고 / 판첩처서 맹서 받았더니 / 이 풍우 중에 제 어이 오리 / 진실로 오기 곧 오랑이면 연분인가 하노라. 여창가곡 우조 우락(羽樂) 의 가사입니다. 여창가곡 가운데 가장 많이 불리는 노래지요. 이 노래의 주인공은 아마도 기생인 듯한데 임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심정이 잘 드러납니다. 주인공은 “아무리 맹세하고 약속했지만 이 폭풍우 중에 과연 임이 올까?“라고 걱정하면서도 만일 온다면 우리는 진정 인연일 것이라며 가냘프게 노래합니다. 이 노래를 한 기생은 과연 그날 밤 꿈같은 만남을 이루었을까요? 가곡은 시조의 시를 5장 형식에 얹어서 부르는 노래로, 피리·젓대(대금)·가야금·거문고·해금의 관현악 반주와 함께하는 한..

(얼레빗 4067호) 거문고는 오동나무, 바이올린은 가문비나무로

한국문화편지 4067호 (2019년 04월 30일 발행) 거문고는 오동나무, 바이올린은 가문비나무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067][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에굽고 속 휑덩그려 빈 저 오동나무 바람 받고 서리 맞아 몇 백 년 늙었던지 오늘날 기다려서 톱 대어 베어 내어 잔 자귀 세 대패로 꾸며 내어 ..

4월 27일 - 비운의 장군, 탄금대에 뛰어내리다

우륵, 박연, 왕산악은 우리나라 3대 악성으로 꼽히는데 이 가운데 우륵은 《삼국사기》에서 가야국 출신으로 가실왕의 명을 받아 12현금인 가야금을 만들고 수많은 작곡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하지만 그는 나라가 어지러워지자 가야금을 가지고 이웃나라 신라에 망명합니다. 진흥왕이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