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10

(얼레빗 제4947호) 풍속화가 혜원 신윤복의 본명은 신가권이다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 1758?~1817 이후)은 조선후기를 대표하는 풍속화가로 그의 그림으로는 , , 등이 유명합니다. 별로 알려지지 않은 신윤복의 그림 가운데는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아기 업은 여인〉이 있습니다. 이 그림은 1910년 이왕가박물관(李王家博物館, 현 국립중앙박물관)이 일본인 곤도(近藤佐五郞)로부터 산 화첩 속에 포함되어 있지요. 이 화첩에는 김두량, 김득신, 김후신, 이인문, 변상벽, 그리고 강세황 같은 쟁쟁한 화원들의 그림도 들어있습니다. ▲ 신윤복, 〈아기 업은 여인〉, 조선후기, 종이에 담채, 23.3×24.8cm, 국립중앙박물관 그런데 이 그림의 오른쪽에는 “蕙園申可權字德如(혜원신가권자덕여)”라는 글이 적혀 있습니다. 이에 따라 신윤복의 본명이 신가권이며, 자(..

간송 전형필, 문화보국을 실천하다

간송(澗松). 산골에 흐르는 물, 그리고 푸른 소나무를 뜻하는 이 말은 어느새 우리 문화의 대명사가 되었다. 간송은 물려받은 큰 재산으로 우리 문화재를 지켜내는 데 열과 성을 다한 전형필 선생의 호다. 오늘날 국보급 문화재를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우리 미술사에 긍지를 가질 수 있는 것도 간송이 그 모든 것을 지켜내지 않았더라면 요원했을 일이다. 최석조가 쓴 이 책 《조선의 백만장자 간송 전형필, 문화로 나라를 지키다》는 ‘간송미술관’으로 세간에 널리 알려진 간송 전형필의 일생을 조곤조곤 들려준다. 간송에 막 관심을 가진 청소년이 읽기에도 좋다. 미술 교과서에서 보았던 수많은 그림과 도자기가 알고 보면 간송의 엄청난 노력으로 이 땅에 남아있음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 《조선의 백만장자 간송 전형필,..

일제강점기 전형필이라면 광복 뒤에는 윤장섭

일제강점기 전형필이라면 광복 뒤에는 윤장섭 우리는 일제강점기 온 재산을 털어서 나라 밖으로 팔려나가는 문화재를 수집한 간송 전형필을 압니다. 그는 문화재를 지키는 것으로 또 다른 독립운동을 했지요. 그런데 일제강점기에 전형필이 있다면 광복 뒤에는 윤장섭이 있습니다. 윤장섭은 개성 출신으로 6.25전쟁 이후 쏟아져 나온 많은 문화재가 나라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사명감과 열정을 가지고 우리의 문화재를 수집·보존하기 시작합니다. 그 뒤에는 당시 미술사학계의 3대 대가인 최순우, 황수영, 진홍섭 같은 개성 선배들이 있었지요. 1974년 1월 국립중앙박물관장 최순우에게 편지 한 장과 도자기 몇 점이 배달되었습니다. “품평 앙망하나이다. ① 백자상감모란문병 200만 원 ② 분청사기철화엽문병 250..

(얼레빗 4655호) 신윤복 ‘미인도’와 윤용의 ‘미인도’

“이 조그만 가슴에 서리고 서려 있는 여인의 봄볕 같은 정을 붓끝으로 어떻게 그 마음마저 고스란히 옮겨 놓았느뇨?” 우리가 익히 아는 미인도는 조선 후기의 화가 혜원 신윤복이 그렸는데 화가는 그림을 그려놓고 스스로 감격에 겨워 그림에 이런 글을 적어 놓았습니다. 사계절출판사에서 나온 《한국생활사박물관 10》에는 “다리(가체)를 구름처럼 얹은머리에 동그랗고 자그마한 얼굴, 둥근 아래턱, 다소곳이 솟은 콧날과 좁고 긴 코, 귀밑으로 하늘거리는 잔털”이라는 표현으로 이 여인은 우리 전통미인의 전형이자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 그 자체라고 평가했지요. 조선 후기의 현실적 소재를 다룬 이 미인도는 이 방면 으뜸 걸작으로 꼽히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 여인의 전통적 미인상의 한 전형을 보인 작품으로 비단천 먹 채색으로 ..

(얼레빗 4621호) 신윤복 그림 ‘월하정인’에는 월식이 보인다

조선 3대 풍속화가 가운데 신윤복의 풍속화 국보 제135호 '혜원풍속도첩(蕙園風俗圖帖)'에는 남녀의 선정적인 장면, 곧 양반ㆍ한량의 외도에 가까운 풍류와 남녀 사이의 애정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었습니다. 이 그림은 현재 간송미술관에 소장되었는데 이 '혜원풍속도첩‘은 , , , , 등 모두 30점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가운데 ‘월하정인(月下情人)’이란 그림은 늦은 밤 담 모퉁이에서 밀회를 즐기는 한 쌍의 남녀를 그렸지요. 넓은 갓에 벼슬하지 못한 선비가 입던 겉옷인 중치막을 입은 사내와 부녀자가 나들이할 때, 머리와 몸 윗부분을 가리어 쓰던 쓰개치마를 쓴 여인이 초승달 아래서 은밀하게 만나는 장면입니다. 그림 가운데 담벼락 한쪽에는 "달은 기울어 밤 깊은 삼경인데, 두 사람 마음은 두 사람이 안다(月沈沈夜三..

(얼레빗 4571호) 임금의 종친도 두들겨 팼던 무뢰배 별감

“종실(宗室) 원흥수(原興守) 이후(李煦)가 별감(別監) 김세명(金世鳴)을 만났는데, 김세명이 이후가 답례 절을 하지 않는다며 욕을 하므로, 후가 화를 내며 그의 입에다 오물을 집어넣고서 마구 때렸습니다. 그 뒤 김세명이 패거리 20여 명을 데리고 이후의 집에 갑자기 뛰어 들어가 이후를 끌어내다 묶어 놓고 마구 때렸습니다. 이후의 형 이경(李炅)이 격고(擊鼓, 임금이 나들이할 때, 억울한 일을 상소하기 위하여 북을 치는 일)하고 대궐에 들어가려고 하였는데, 별감 등이 기미를 알아차리고 몰아서 쫓아내고 뺨을 때려 피가 났으며, 사모(紗帽)가 벗겨져 땅에 떨어졌습니다.” 위 내용은 《숙종실록》 38년(1712) 10월 20일의 기록입니다. 여기서 김세명은 액정서별감(掖庭署別監) 곧 궁궐 안에서 왕실의 명령 ..

(얼레빗 4547호) 양반과 평민이 함께 싣던 짚신

짚신은 볏짚으로 삼은 신발로 초혜(草鞋)라고도 하며, 재료에 따라 왕골신[菅履]ㆍ청올치신[葛履]ㆍ부들신[香蒲履]도 있는데 특히 짚신과 같은 모양이지만 삼[麻]이나 노끈으로 만든 것을 ‘미투리’ 또는 삼신[麻履]이라 하며 이는 짚신보다 훨씬 정교하지요. 짚신의 역사는 약 2천여 년 전 마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중국 송나라 마단림(馬端臨)은 《문헌통고(文獻通考)》에서 “마한은 초리(草履)를 신는다.”라고 했는데 이 초리가 바로 짚신입니다. ▲ 짚신, 국립민속박물관 조선 후기 실학자 성호 이익은 그의 책 《성호사설》에서 “왕골신과 짚신은 가난한 사람이 늘 신는 것인데 옛사람은 그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선비들은 삼으로 삼은 미투리조차 부끄럽게 여기고 있으니, 하물며 짚신이야 말해 무엇 하겠..

(얼레빗 4546호) 술에 취해 그림을 그린 조선의 화가들

여기 만취한 선비가 흐느적거리면서 갈 ‘지(之)’ 자로 걷고 친구들이 부축하는 그림이 있습니다. 바로 조선 후기 화가 김후신(金厚臣)이 그린 로 자본담채, 크기 33.7 x 28.2 cm, 간송미술관 소장입니다. 이 그림을 그린 때는 살벌한 금주령이 내려진 영조임금 때였습니다. 술을 빚거나 마시는 것을 엄하게 다스리던 시절이었지만 금주령 앞에 희생당하는 건 양반이 아닌 일반 백성이었지요. 입에 풀칠도 제대로 못 하는 백성은 술을 빚어 팔았다고 잡혀가고, 몰래 술 마셨다고 잡혀가지만, 금주령이 내려진 대낮에도 양반들은 거리낌 없이 술을 마시고 대로를 활보했다고 합니다. ▲ 김후신(金厚臣) , 자본담채, 크기 33.7 x 28.2 cm, 간송미술관 소장 그런데 이름을 날렸던 조선의 많은 유명 화가들도 술에 ..

(얼레빗 4451호) 조선 사회의 변혁을 꿈꾼 ‘백탑파’ 지식인들

서울 종로2가 탑골공원 안에는 ‘원각사터 10층 석탑’이 있습니다. 높이 12m나 되는 이 탑은 하얀 대리석으로 만든 탑이어서 백탑(白塔)이라는 별명이 생겼지요. 정조 때 이 탑골 주변의 지식인들이 모여 ‘백탑파’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들은 바로 당대 집권세력이던 노론 명망가 출신의 양반인 박지원ㆍ홍대용과 비록 서얼이지만 세상의 폐단과 새로운 학문을 논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 서상수들이었습니다. ▲ 탑골공원에 하얗게 솟은 원각사탑(圓覺寺塔)이 저 뒤로 보이는 , 안중식, 지본담채, 23.4 x 35.4cm, 1912, 간송미술관 그들은 차별의 벽을 넘어 우정을 나누고 조선 사회의 변혁을 꿈꾸었습니다. 정조(正祖) 시대인 1776~1800년간 힘을 얻었던 백탑파(白塔派) 선비들을 북..

(얼레빗 4180호) 신미대사가 훈민정음을 창제했다고?

지난 7월에 개봉된 영화 “나랏말싸미”는 훈민정음을 세종대왕이 아닌 중 신미(信眉)가 창제했다고 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신미가 아니라 세종 때 예문관대제학을 지내고 세종을 도와서 음악을 정비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는 난계(蘭溪) 박연(朴堧)이 창제했다고 주장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