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박물관 3

스트라디바리우스보다 150년이나 앞선 탁영 거문고

조선 중기 사대부 화가 낙파(駱坡) 이경윤(李慶胤)의 를 보면 한 남자가 달을 보며 무심하게 거문고를 탑니다. 그런데 이 거문고는 줄이 없는 무현금(無絃琴)입니다. 중국의 도연명은 음악을 모르면서도 무현금 하나를 마련해 두고 항상 어루만지며 ‘거문고의 흥취만 알면 되지 어찌 줄을 퉁겨 소리를 내야 하랴’라고 했다지요. 옛 선비들은 마음을 닦기 위해서 거문고를 연주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줄이 없어도 괜찮았던가 봅니다. 아! 이 오동은 나를 저버리지 않았으니 서로 기다린 게 아니라면 누구를 위해 나왔으리오. 현재 전해지는 거문고 가운데 가장 외래되었다는 ‘탁영거문고’에 새겨진 시입니다. 탁영거문고는 탁영(濯纓) 김일손(金馹孫)이 27세였던 성종 21년(1498년)에 34세의 나이로 능지처참을 당했지만 영원히..

(얼레빗 4546호) 술에 취해 그림을 그린 조선의 화가들

여기 만취한 선비가 흐느적거리면서 갈 ‘지(之)’ 자로 걷고 친구들이 부축하는 그림이 있습니다. 바로 조선 후기 화가 김후신(金厚臣)이 그린 로 자본담채, 크기 33.7 x 28.2 cm, 간송미술관 소장입니다. 이 그림을 그린 때는 살벌한 금주령이 내려진 영조임금 때였습니다. 술을 빚거나 마시는 것을 엄하게 다스리던 시절이었지만 금주령 앞에 희생당하는 건 양반이 아닌 일반 백성이었지요. 입에 풀칠도 제대로 못 하는 백성은 술을 빚어 팔았다고 잡혀가고, 몰래 술 마셨다고 잡혀가지만, 금주령이 내려진 대낮에도 양반들은 거리낌 없이 술을 마시고 대로를 활보했다고 합니다. ▲ 김후신(金厚臣) , 자본담채, 크기 33.7 x 28.2 cm, 간송미술관 소장 그런데 이름을 날렸던 조선의 많은 유명 화가들도 술에 ..

(얼레빗 4140호) 솔바람 시냇물 소리가 시끄럽구나

한국문화편지 4140호 (2019년 08월 09일 발행) 솔바람 시냇물 소리가 시끄럽구나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140][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眼垂簾箔耳關門(안수렴박이관문) 눈은 주렴을 드리웠고 귀는 문을 닫았으니 松?溪聲亦做喧(송뢰계성역주훤) 솔바람 시냇물 소리 또한 시끄럽구나 到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