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밥 3

맛의 말, 말의 맛 - ‘집밥’과 ‘혼밥’ 사이

‘밥’은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서 ‘밥’이다. 예나 지금이나 ‘밥’이고 전국 방방곡곡 모든 지역에서 ‘밥’이다. 이렇듯 ‘밥’은 변함이 없으나 앞뒤에 붙는 말들은 변화가 있고, 그 변화는 각 시대의 우리의 삶을 간접적으로 말해 준다. 쌀이 귀하던 시절 ‘고봉밥’은 무척이나 반가운 말이었으나 밥이 과다한 탄수화물 공급원으로 전락해 버린 요즘에는 아예 사라진 말이 되었다. 과거에는 밥을 훔치는 사람, 혹은 일은 안 하고 밥만 축내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더 많이 쓰이던 ‘밥도둑’이 요즘에는 맛있는 반찬에 대한 찬사로 쓰인다. 그러나 ‘밥’과 관련해서 무엇보다도 우리의 삶을 가장 잘 반영해 주는 말은 역시 ‘집밥’과 ‘혼밥’이다. ‘집밥’이란 말은 ‘밥집’에서 나왔다. 뭔가 말이 되지 않는 것같이 들리지만 사실..

(얼레빗 4537호) 밥 가운데 수라ㆍ젯메를 먹은 사람 없겠지요

우리 겨레는 예부터 밥과 함께 살았습니다. 그래서 밥의 종류도 무척이나 많았지요. 먼저 밥의 이름을 보면 임금이 먹는 수라, 어른에게 올리는 진지, 하인이 먹는 입시, 제사상에 올리는 젯메 등이 있습니다. 밥에도 등급이 있다는 말인데 지금 수라ㆍ입시ㆍ젯메를 먹은 사람은 물론 없겠네요. 또 벼 껍질을 깎은 정도에 따라서도 나눌 수 있는데 현미밥부터, 조금 더 깎은 7분도밥과 가장 많은 사람이 해 먹는 백미밥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밥에 섞는 부재료에 따라서도 나누어집니다. 먼저 정월대보름에 해 먹는 오곡밥, 계절에 따라 나는 푸성귀(채소)나 견과류를 섞어서 짓는 밥이 있으며, 콩나물밥, 완두콩밥, 무맙, 감자밥, 밤밥, 김치밥, 심지어는 굴밥까지 있습니다. 또 계절에 따라서 밥 종류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제3장 어휘 선택의 변화에 따른 표준어 규정 제2절 한자어 제22항

앞의 제21항과 대립적인 규정이다. 제21항에서 단순히 한자어라서가 아니라 쓰임이 적어서 표준어로 삼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고유어라고 하여도 쓰임이 없으면 표준어로 삼지 않은 것이다. 조항의 예들은 고유어라도 현실 언어에서 쓰이는 일이 없어 생명을 잃은 것이라 그에 짝이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