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언어 12

우리말 우리글, 우리의 것을 위해 연대하는 한글문화연대

세계화의 폭풍 속에서 고유한 우리말글을 지켜내기 위해, 한글날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 먼저였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한글날을 다시 공휴일로 만들기 위한 운동에 앞장섰다. 2011년 9월 1일에는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2012년 10월 5일에는 광화문광장에서 일인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출처: 한글문화연대 누리집) 한글날은 본래 1946년에 공휴일로 제정되었다. 그러나 1990년 11월 1일 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의 공휴일이 너무 많아 경제 발전에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 있었고, 그 결과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 개정되어 한글날은 국군의 날과 함께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 이건범 대표는 그 당시를 돌아보며 “외국어와 어려운 말, 폭력적인 말 때문에 우리의 언어 생태계가 심각하게 파괴되는 ..

보건복지부의 공공언어, 바람직한가?

‘공공언어’란 국민을 대상으로 공공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언어를 일컫는 말이다. 고로 국민 누구나 쉽고 명확하게 의미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생활보호, 사회보장, 보건위생 등 국민의 안전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사무를 관장하는 보건복지부에서는 공공언어를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을까? (출처: 뉴시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바이오 헬스 산업 수출 활성화를 통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의 성장 기반 구축’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강은 세계일보 선임기자는 “제목을 시작으로 ‘바이오 헬스’란 단어가 20차례 가까이, ‘글로벌’은 10여 차례 들어가 있다. ‘바이오 시밀러’, ‘바이오 클러스터’, ‘원스톱’, ‘퀀텀 점프’, ’오픈 이노베이션’, ‘인플루언서’, ‘홍보 팝업부스’ 등 우리말로 ..

한글 두고 굳이 ‘더블링’?… “쉬운 말 써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소식을 담은 용어일수록, 누구나 바로 알 수 있는 쉬운 용어로 정보를 전달해야 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 소식을 전달할 때 외국어 사용을 최소화 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코로나19 발생 현황과 방역 지침 등은 모든 사람들이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 정보인 만큼,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말로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최근 빈번히 사용되는 용어는 ‘더블링’이다. 더블링은 신규 확진자가 직전 1주와 비교해 두배 이상 늘어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최근 보건당국의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는 물론, 언론 보도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시민단체 한글문화연대는 보도용어와 공공언어의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며 우려..

국어책임관을 아시나요?

공공기관에서는 국민들에게 투명하고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해야 할 때가 많다. '국유재산의 관리, 보관을 해태하지 않겠습니다', '가로수 식재 사업 비용 지변 계획서'와 같이 어려운 용어를 사용한다면, 정확한 의사소통에 방해가 될 것이다. 이와 비슷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국어기본법으로 ‘국어책임관’이라는 직책을 마련해 두었다. 국어기본법에 의하면, 국어책임관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소속 공무원이나 정책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올바른 국어사용을 촉진하고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한 업무를 담당한다고 한다. 흔히 볼 수 있는 구청, 시청, 세무서 등 공공기관마다 국어책임관이 존재하고 있다. 국어책임관의 가장 대표적인 업무는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공공언어를 쉽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돕는..

국민 알 권리 보장할 말 쓰자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가 난다고 한다. 사람 하나가 빠지면 그만큼 빈자리가 크게 다가온다는 속담이다. 말은 그 반대다. 든 자리는 표가 나도 난 자리는 모른다. 정부 당국자들이 외국어를 남용하면 저래도 되나 싶다가도 그걸 사용하지 않으면 평소에 외국어를 남용하는지 어떤지 눈치채기 어렵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뒤 온갖 외국어가 등장했다. 코호트 격리, 팬데믹, 에피데믹, 엔데믹, 글로브 월, 드라이브 스루, 워킹 스루, 부스터샷, 트래블 버블, 포스트 코로나, 위드 코로나, 롱코비드…. 마치 국민 외국어 교육시키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거기에 평소 공무원들이 입버릇처럼 사용하는 외국어 용어까지 가세해 사태 파악을 어렵게 만들곤 했다. 지난해 10월 중순 단계적 일상회복 지원위원회에서는 ‘단계적 일..

'어쩔티비'보다 심각한 공공언어

며칠 전 한글 관련 기삿거리를 찾다가 재밌는 영상을 봤다. 배우 신혜선씨가 '에스엔엘(SNL)코리아'라는 예능 방송에 청소년 역할로 출연한 상황극이다. 그는 소심한 전학생으로 기존 학생들의 텃세를 누르기 위해 유행하는 최신 은어를 훈련한다. 소위 그들만의 말발 싸움이다. "어쩔티비~저쩔티비~안물안궁(어쩌라고, 저쩌라고, 안 물어봤고, 안 궁금해)" 그는 곧 아찔한 말솜씨로 상대를 제압한다. ​이 상황을 이해하려면 먼저 은어가 방언의 갈래인 걸 알아야 한다. 방언은 지역 방언과 사회 방언으로 나뉜다. 그중 은어가 속한 사회 방언은 세대, 소속 집단 등 이해관계에 따라 사용하는 어휘, 말하는 법이 다르다는 점이 특징이다. 누구나 학창 시절에 유행했던 은어를 구사한 적이 있을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 1997년..

부스터 샷이 뭐에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단어가 2020년 3월부터 전 국민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팬데믹의 뜻은 ‘세계적인 대유행’이다. 아마도 적지 않은 국민이 이 단어의 의미를 몰라 더욱 공포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요즘 가장 뜨거운 단어는 '방역 패스’와 ‘부스터 샷'이다. 정부가 '방역 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유효기간제를 시행하면서 기본접종 후 6개월이 지나면 부스터 샷(3차 접종)을 맞아야 접종 완료자로 인정받는다. 방역 패스와 부스터 샷은 뜻을 한 번에 유추하기 어렵다. 기사에서도 해당 단어 앞뒤로 괄호를 첨가해 추가 설명을 덧붙이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 부스터 샷에 추가 설명을 덧붙이는 기사들 부스터 샷(booster shot)이라는 단어를 분석하자면 다음과 같다. 부스터(booster)는 ‘..

로마자 줄임말, 암호와의 전쟁

소확행. 여러 번 들었음에도 주의 깊게 듣지 않아 그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말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해보지 않은 음식을 만들어 가족의 품평을 들어가며 함께 저녁을 먹는 풍경이라면 코로나 시국이든 아니든 ‘소확행’이라고 할 만하다. 바쁜 일상에서 짬을 내 눈이 더 나빠지기 전에 젊은 날부터 배우고 싶었던 피아노를 배울 수 있다면 이건 내게 ‘소확행’임에 분명하다. 처음엔 너무 낯설어서 당혹스럽더라도 줄임말의 뜻과 용법에 익숙해진다면 마치 하나의 새로운 어휘를 얻는 기분이 들 수 있다. 줄임말은 이런 강점이 있다. 그래서 그다음에는 직접 사용해 보고 싶어진다. 그런 충동을 느끼게 만드는 말들은 생명력이 긴 법이니, 밀당, 꿀잼, 가성비 같은 새 줄임말들이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우리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