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구 3

억장이 무너진다

‘억장이 무너진다’는 말은 흔히 “극심한 슬픔이나 절망 따위로 몹시 가슴이 아프고 괴롭다,”는 뜻의 관용구로 쓰인다. 그러다 보니, 이 ‘억장이 무너진다’는 말의 뜻을 ‘가슴이 무너진다’ 정도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주로 자기 가슴을 쾅쾅 치면서 억장이 무너지고 천지가 캄캄하다고 표현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말의 본디 뜻은 따로 있다. 오랫동안 공들여서 해 온 일이 아무 소용없이 돼 버려서 몹시 허무한 심정을 나타내는 우리말이 ‘억장이 무너진다’이다. 그래서 우리 할아버지들은 극심한 허탈감에 빠질 경우에 “억장이 무너진 것 같다.”고 말해 왔다. 이것은 슬픔이나 절망과는 다르지만, 가슴 아프고 괴롭기는 마찬가지이다. ‘억장’은 ‘억장지성’이란 한자말의 준말로 억 장 높이의..

딴전 피우는 사람들

오래 전부터 전해 오는 관용구 가운데 ‘딴전을 부리다’, ‘딴전 피우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의 ‘딴전’은 ‘다른 전’에서 온 말이다. 물건을 늘어놓고 파는 가게를 ‘전’(廛)이라 한다. 허가 없이 길에 벌여놓은 가게를 지금은 ‘노점’이라 하지만 옛날에는 ‘난전’이라 했다. 아직도 쌀가게를 이르던 ‘싸전’과 생선가게를 뜻하는 ‘어물전’이 생활언어에 남아 있다. 딴전을 부린다는 것은 이미 벌여 놓은 자기 장사가 있는데도 남의 장사를 봐 준다거나, 다른 곳에 또 다른 장사를 펼쳐 놓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이 ‘딴전’이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그 일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을 뜻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이 말과 같은 뜻으로 ‘딴청’도 널리 쓰인다. 요즘 정치인들을 보면 딴전 피우는 사람들이 눈에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