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형사 16

"오늘이 몇 일인지 웬지 궁금하네"

이 기사의 제목을 보고 어색한 점을 찾을 수 있는가? ‘몇 일’, ‘웬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든다. ‘몇 일’은 ‘며칠’로 ‘웬지’는 ‘왠지’로 바꿔 써야 옳은 맞춤법이다. ‘몇 일’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며칠’은 어원적으로 몇 + 일이 아닌 몇 + 을의 합성어로 ‘사흘’, ‘나흘’에 있는 것과 같은 ‘을’이 쓰였다. 마찬가지로 ‘웬지’도 없는 표현이다. ‘왠지’는 ‘왜인지’의 줄임말로 왜 그런지 모르게, 뚜렷한 이유도 없이를 뜻하는 부사이다. ‘웬’은 ‘어떠한’을 나타내는 관형사로 뒤에 있는 단어를 꾸며준다. ‘웬일’, ‘웬만하면’ 등 대부분 ‘웬’을 사용한다. 쉽게 말해 ‘왠지’만 ‘왠’을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이렇듯 사람들이 쉽게 틀리는 맞춤법이 많다. 독립된 단어는 아니지만 ‘로서/..

지금 우린 번역체를 쓰고 있다

우리의 일상엔 수많은 번역체가 숨어있다. 번역체는 영어나 일본어 등 외국어를 직역하면서 생기기 쉬운 이질적인 문장을 뜻한다. 예를 들어 ‘수많은 아이들과의 관계에 있어 나는 전형적인 선생들 중 하나일 뿐이었던 것이다.’ 이런 문장은 얼핏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한글로 쓰여서 읽을 수 있고, 무슨 뜻인지 알아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문장처럼 보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읽히지도 않는다. 이런 번역체를 잘 구별하기 힘든 이유는, 외국어 문학이 번역되고 널리 읽히면서 독자들이 번역체를 자주 접하기 때문이다. 번역체를 고치기 위해서는, 어떤 말이 번역체인지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국어와 외국어의 차이를 알아보고,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자주 쓰는 번역체를 몇 가지 알아보자. ‘..

엔차감염, 이대로 둘 것인가?

지난해부터 코로나바이러스가 만연하여 일반인들도 감염병에 관한 관심이 대단히 높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 중에 ‘엔(n)차감염’이라는 복합어가 있다. 엔차감염은 감염의 발생 단계를 설명하는 말의 하나이다. 즉 한 감염병이 특정 집단에서 어떤 사람에게 처음 발병했을 경우를 일차감염이라고 하고, 일차감염 환자에서 또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었을 경우를 이차감염이라고 하며, 삼차감염 이상의 발병 경로를 잘 모르는 후속 단계의 감염을 통틀어 엔차감염이라고 말한다. 수학이나 통계학에서 잘 모르는 수를 상징적으로 로마자 알파벳의 ‘n’을 사용하여 표기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엔차감염이라는 말에 대해 거부감이 있고 그동안 민원이 많이 들어왔는지는 몰라도, (네이버 검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