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부여박물관 4

(얼레빗 제4781호) 우리와 닮은 친근한 모습의 ‘나한’상

국립전주박물관은 오는 2월 26일까지 특별전 “깨달은 수행자, 나한: 전라도와 강원도 나한의 만남”을 열고 있습니다. 나한(羅漢)은 부처의 가르침을 듣고 마음을 다해 수행하여 아무 괴로움도 없는 최고의 경지에 도달했던 불제자들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깨달음을 얻은 뒤에도 열반(涅槃)에 드는 것을 미루고 중생 곁에 머물며, 불법(佛法)을 지키고 모든 사람이 깨달음에 이를 수 있도록 보살폈습니다. ▲ 영월 창령사 터 ‘옆을 바라보는 나한상’(국립춘천박물관 소장, 왼쪽)과 담양 서봉사 터 ‘수행하는 나한상 ’(국립부여박물관 소장) 원래 강원도 영월 창령사(蒼嶺寺) 터에서 2001년 오백나한상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오백나한은 국립춘천박물관은 물론 국립중앙박물관, 부산박물관에 이어 이제 국립전주박물관에서 특별전을 ..

(얼레빗 4600호) 종이가 발명되기 이전 글씨를 썼던 목간

지난달 28일 문화재청은 대구 팔거산성(대구광역시 기념물)에서 7세기 초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신라 목간 11점이 대구 지역에서 처음 출토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조사 결과, 전체 11점 가운데 7점에서 글자가 보이고, 그 가운데는 제작 시점을 추정할 수 있는 간지(干支)와 곡식 이름도 등장합니다. 특히 보리를 뜻하는 맥(麦)과 벼를 이르는 도(稻), 콩 곧 대두(大豆)라는 곡식 이름이 등장하는데 이는 당시 산성에 물자가 집중된 상황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산성의 행정 또는 군사기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 대구 팔거산성 목간 출토상태 목간(木簡)은 종이가 발명되기 이전에 대나무로 된 죽간(竹簡)과 함께 글자를 기록하려고 썼던 목편(木片) 곧 나무 조각입니다. 1975년 경주 안압지에서 처음 발견된 목..

(얼레빗 4479호) 호랑이가 입을 벌린 이동식 소변기 ‘호자’

호랑이는 한반도를 대표하는 영물이자 수호신입니다. 사람들은 백수(百獸)의 왕인 호랑이를 두려워함과 동시에 신성시하고 숭배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호랑이 그림에 귀신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고 새해가 되면 대문과 집안 곳곳에 호랑이 그림 곧 문배도(門排圖)를 붙였지요. 또 호랑이와 까치가 함께 등장하는 호작도(虎鵲圖)는 민화의 단골 소재였고, 호랑이는 무(武)를 상징한다고 생각하여 조선시대 무관(武官)의 관복에는 호랑이를 흉배(胸背)로 붙였습니다. 그런데 여기 박물관에는 호랑이 몸체를 닮은 그릇도 보입니다. 먼저 1979년 3월 부여 군수리에서 출토된 그릇은 동물이 앉아있는 모습으로 얼굴 부위에는 둥그렇게 구멍이 뚫려 있지요. 이 그릇은 ‘호자(虎子)’라고 하여 남성용 소변기라고 합니다. 중국 역사서를 ..

(얼레빗 4282호) 정조임금이 명하여 그린 강세황 초상

강세황이 태어난 지 300해가 되던 때인 지난 2013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조선시대 위대한 화원 강세황전”이 열린 적이 있었습니다. 강세황은 보통 물러나 쉴 나이인 61살에 노인과거에 장원급제한 뒤 왕릉을 지키는 벼슬인 능참봉으로 시작하여 6년 만에 정2품 한성부판윤에 오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