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7

행간과 여백

행간과 여백 또 한 가지, 글쓰기에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는 '여백'이다. 종이를 꽉 채운 것보다는 여백 있는 그림이 보기에 편하다. 생각할 공간과 여지도 더 많다. 글도 마찬가지이다. 설명으로 가득 찬 글은 읽기가 벅차다. 글 쓴 사람이 설명을 다 해주기 때문에 달리 생각할 필요도 없다. '설명'을 하기보다는 그림을 그리듯 '현장'을 보여주는 글이 낫다. - 공상균의 《바람이 수를 놓는 마당에 시를 걸었다》 중에서 - * '위대한 책은 행간이 넓은 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고전들은 행간이 넓습니다. 여백이 있고, 글이 곧 그림 같다는 느낌을 줍니다. 사람도 나이가 들고 삶의 지혜가 쌓여가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행간이 이윽고 보일 때가 있습니다. 여백도 생깁니다. 삶의 기쁨입니다.

(얼레빗 제4754호) 좋은 글을 쓰려면 토박이말을 써야 한다

주변 사람들을 보면 초ㆍ중ㆍ고 12년 동안 국어를 배우고, 대학국어까지 공부한 사람들 모두 글쓰기는 참 어려워합니다. 그 까닭은 학교에서 배우는 국어가 그저 입시에 맞춰서 공부했을 뿐 학교에서 제대로 된 글쓰기 교육을 받지 못한 까닭입니다. 여기에 언론이나 지식인들이 모두 잘난 체에 급급한 나머지 어려운 말을 마구 써대기 때문에 일반인들로서는 글쓰기가 두려워진 것입니다. 476년 전 세종은 훈민정음을 창제하면서 그 목표를 어려운 한문이 아닌 글자로 백성 누구나 쉽게 배우고 쓸 수 있도록 하려 함이었습니다. 곧 글쓰기는 쉽게, 누구나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되도록 짧은 글이어야 하지요. 어떤 이는 한 글월(문장)을 5줄이 넘게 이어 쓰는데 그러면 분명히 임자씨(주어)와 ..

세종과 다산, 두 독서 천재의 이야기

책도, 글도 많은 시대다. 읽을거리가 넘쳐나고 블로그와 같은 1인 미디어가 발달한 요즘 같을 때는 독서도 글쓰기도 참 쉬울 것만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대부분 정보를 영상과 이미지로 흡수하면서, 오히려 읽고 쓰는 활동은 뜸해져 간다. 짧은 글과 이미지, 영상에 익숙해지다 보니 긴 글을 읽어내는 문해력은 오히려 떨어졌다는 평가다. 이 책, 다이애나 홍의 《세종처럼 읽고 다산처럼 써라》는 조선 역사상 가장 유명한 다독 군주 세종과 다작 선비 다산의 사례를 통해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의욕을 활활 불타게 하는 책이다. 세종과 다산의 사례를 풍부히 인용하면서도 다른 역사적 인물이나 지은이의 개인적 경험도 함께 녹여내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편이다. ▲ 《세종처럼 읽고 다산처럼 써라》, 다이애나 홍, 유아이북스..

언어의 숨겨진 힘 - 멋글씨, 개성을 표현하는 예술

최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https://www.youtube.com/)’에서 한 영상이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화제가 된 영상을 보면 등장하는 것이라고는 흰 종이와 펜, 그리고 펜을 쥔 손뿐이다. 그런데 무려 8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영상을 클릭했고 각자의 블로그로 영상을 퍼 나르거나 게시판에 댓글을 남겼다. 이 단순한 영상에 어떤 특별한 것이 있어서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된 걸까? 영상은 캘리그래피(Calligraphy) 고수로 알려진 세바스찬 레스터(Sebastian Lester)가 대중들에게 익숙한 상호와 로고를 그대로 재현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레스터는 의류 상표 ‘갭(GAP)’을 시작으로 개성 넘치는 서체가 인상적인, 영화 제목들과 각종 의류와 스포츠 용품 상호를 마치 기계로 찍어 ..

읽기 좋은 글, 듣기 좋은 말 - ‘아는 말’이 지름길

글이 쉬운 사람은 없다. 글감을 찾고, 생각을 풀어내는 것을 일상처럼 편안히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게다가 쓰기라는 행위에는 문법적 부담까지 고스란히 담긴다. 이런 형편을 알기에, 글을 쓴다고 하면 먼저 머리를 감싸고 막막해하는 장면이 연상되기 마련이다. 간혹 쓰기를 외면하는 자기방어 기제가 발동할 때는 정말 난감하다. ‘내가 작가도 아닌데’라거나, ‘나는 글에 소질이 없어’라면서 글쓰기를 일상과 능력의 바깥으로 밀어내기도 한다. 물론 하늘이 주신 재능을 발휘하는 훌륭한 문장가도 있다. 그러나 쓰기란 타고나는 영역만은 아니다. 설령 소질이 없다 하더라도 일상생활 중 겪는 많은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글쓰기는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기술이다. 새로운 꽃집을 하나 연다고 치자. 가게 앞에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