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성 3

(얼레빗 제4845호) 얼음 먹는 궁궐 잔치, 얼음 뜨던 백성 몰라

滿堂歡樂不知暑 왁자지껄 떠드는 이들 더위를 모르니 誰言鑿氷此勞苦 얼음 뜨는 그 고생을 그 누가 알아주리. 君不見 그대는 못 보았나? 道傍갈死民 길가에 더위 먹고 죽어 뒹구는 백성들이 多是江中鑿氷人 지난겨울 강 위에서 얼음 뜨던 자들이란 걸.” ▲ 정강이가 드러난 짧은 옷, 발에는 짚신도 없이 얼음을 캐는 백성들(그림 오희선 작가) 위는 조선 후기의 문신 김창협(金昌協, 1651~1708)의 “얼음 뜨는 자들을 위한 노래(鑿氷行)”이란 한시 일부입니다. 입추가 지났지만, 말복이 아직 남아 불볕더위가 여전합니다. 예전 냉장고가 없던 조선시대엔 냉장고 대신 얼음으로 음식이 상하는 것을 막으려 했습니다. 그래서 한겨울 장빙군(藏氷軍)들이 한강에서 얼음을 떠 동빙고와 서빙고로 날랐는데 이들은 짧은 옷에 맨발인 자..

얼음 먹는 벼슬아치, 얼음 뜨던 백성 몰라 – 김창협, 「착빙행」

얼음 먹는 벼슬아치, 얼음 뜨던 백성 몰라 – 김창협, 「착빙행」 고대광실 오뉴월 푹푹 찌는 여름날에 高堂六月盛炎蒸 여인의 섬섬옥수 맑은 얼음 내어오네 美人素手傳淸氷 칼로 그 얼음 깨 자리에 두루 돌리니 鸞刀擊碎四座徧 멀건 대낮에 하얀 안개가 피어나네 空裏白日流素霰 왁자지껄 떠드는 이들 더위를 모르니 滿堂歡樂不知暑 얼음 뜨는 그 고생을 그 누가 알아주리 誰言鑿氷此勞苦 그대는 못 보았나? 君不見 길가에 더위 먹고 죽어 뒹구는 백성들이 道傍暍死民 지난겨울 강 위에서 얼음 뜨던 자들이란 걸 多是江中鑿氷人 조선 후기 문신 김창협(金昌協)의 「착빙행(鑿氷行, 얼음 뜨러 가는 길)」입니다. 냉장고가 없던 조선시대에는 얼음으로 음식이 상하는 것을 막았지요. 한겨울 장빙군(藏氷軍)이 한강에서 얼음을 떠 동빙고와 서빙고..

해를 가린 뜬구름 쓸어갈 싹쓸바람은? - 권근, 「중추」

해를 가린 뜬구름 쓸어갈 싹쓸바람은? - 권근, 「중추」 가을바람과 옥 같은 이슬이 은하를 씻은 듯 秋風玉露洗銀河 달빛은 예부터 이런 밤이 좋았다 月色由來此夜多 슬프게도 뜬구름이 해를 가려버리니 惆悵浮雲能蔽日 술잔을 멈추고 한 번 묻노니, 어쩌자는 것인가 停杯一問欲如何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이자 학자인 양촌(陽村) 권근(權近)의 한시 「중추(仲秋)」입니다. 권근은 조선 개국 후 ‘사병 폐지’를 주장하여 왕권 확립에 큰 공을 세웠습니다. 대사성, 세자좌빈객 등을 역임하고 길창부원군에 봉해졌지요. 문장에 뛰어났고, 경학에 밝았으며, 저서에는 『입학도설(入學圖說)』, 『양촌집(陽村集)』, 『사서오경구결(四書五經口訣)』, 『동현사략(東賢事略)』 따위가 있습니다. 시에서는 슬프게도 뜬구름이 해를 가려버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