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서 6

(얼레빗 제4900호) 위엄 있는 표정의 청룡이 그려진 세화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청룡도(靑龍圖)’ 그림이 있는데 이는 새해 초 궁궐이나 관청의 대문 등에 귀신을 물리치기 위해 붙였던 것으로 여겨지는 그림입니다. 새해를 맞아 나쁜 것을 막고 복을 지키기 위해 그린 이런 그림을 세화(歲畵)라고 하는데 대문에 많이 붙이기 때문에 문배(門排) 또는 문화(門畵)라고도 합니다. ▲ 세화 ‘청룡도(靑龍圖)’, 종이, 세로 222.0cm, 가로 217.0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세로 222.0cm, 가로 217.0cm의 큰 그림으로 구름 속에 몸을 틀며 하늘로 오르는 용의 모습을 소재로 다뤘습니다. 몸체를 윤곽선으로 나타낸 다음 먹이 밖으로 번지는 모양으로 주위를 처리하였지요. 섬세한 필선으로 그려져 먹구름 속을 나는 용의 표정에는 위엄이 있으며, 그 아래 굽이치는 파도의..

새해가 되면 세화로 액을 물리쳤다

새해가 되면 세화로 액을 물리쳤다 새해가 되면 우리는 세배를 하고, 떡국을 먹으며, 성묘를 갑니다. 그런데 조상들은 그런 일 말고도 새해를 맞으면 세화를 선물하고, 그 세화를 안방이나 대문에 붙였지요. ‘세화(歲畫)’는 새해를 맞아 나쁜 것을 막고 복을 지키기 위해 그린 그림을 말하는데, 대문에 많이 붙이기 때문에 ‘문배(門排)’ 또는 ‘문화(門畵)’라고도 합니다. 이 세화를 궁궐에서는 도화서(圖畫署)에서 그려 골고루 나누어주었습니다. 조선 초기에 도화서에서 그리는 세화는 해마다 60장 가량이었는데, 중종 때에 이르러서는 신하 한 사람당 20장씩 내렸을 정도로 양이 늘어났습니다. 이를 위해 임시로 고용된 차비대령(差備待令)이 각각 30장을 그릴 정도였습니다. 조선 후기 홍석모의 『동국세시기』의 세화 설명..

민화에 잉어와 죽순이 등장하는 까닭은?

민화에 잉어와 죽순이 등장하는 까닭은? 호랑이를 우스꽝스럽게 그린, 민중들의 생각이 그대로 반영된 가장 한국적인 그림이라고 하는 ‘민화民畵’를 아십니까? 보통 민화는 비전문적인 화가나 일반 대중의 치졸한 작품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도화서圖畫署의 화원畫員 같은 전문 화가가 그린 뛰어난 그림도 있습니다. 민화에는 나쁜 귀신을 쫓고 경사스러운 일을 맞기를 바라는 대중의 의식과 삶에 얽힌 그림, 집 안팎을 꾸미기 위한 그림 등이 있지요. 그런데 민화 가운데는 글씨를 이용해 그린 도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중요하게 여겼던 윤리도덕에 관련된 글씨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지요. 에 주로 쓰인 글자는 효孝, 제悌, 충忠, 신信, 예禮, 의義, 염廉, 치恥 이렇게 여덟 글자입니다. 그래서 는 주로 사랑방이나 글을 배우..

(얼레빗 4612호) 스승과 제자의 사랑, 김홍도 그림 '서당'

단원 김홍도(金弘道, 1745~?)는 조선후기 대표적인 도화서 화원으로, 한국적이고 운치 있는 멋진 작품을 그린 화가입니다. 그런가 하면 ‘씨름’, ‘무동’, ‘빨래터’, ‘점심’ 같은 서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소박하고 사실적인 그림 곧 풍속화를 많이 그렸지요. 여기 '서당'이란 이름의 그림도 역시 그러한 작품 가운데 하나로, 당시 서당에서 공부할 때 일어난 재미난 풍경을 묘사한 것입니다. ▲ 스승과 제자의 사랑을 그린 김홍도의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그림을 보면 가운데서 한 손으로 눈물을 닦고 있는 어린 소년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회초리가 훈장 옆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동몽선습》이나 《명심보감》을 외우지 못해 방금 종아리라도 맞은 모양입니다. 이를 바라보는 다른 아이들은 웃음을 참지 못하..

화조영모 병풍 기념우표

아름다운 꽃과 새, 동물이 어우러진 ‘화조영모화(花鳥翎毛畫)’는 공간을 아름답게 꾸밀 뿐만 아니라 행복을 기원하는 기복(祈福)의 의미를 담은 그림이었습니다. 조선 후기에는 많은 화조영모도 병풍이 제작되었으며, 오원 장승업(吾園 張承業, 1843~1897)은 거침없는 필력으로 이름을 날린 조선 말기의 거장이었습니다. 우정사업본부는 화려하고도 우아한 조선 시대 화조영모화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장승업의 화조영모도를 소재로 기념우표를 발행합니다. 19세기 말 개화기에 활동했던 화가 장승업은 어려서 부모를 잃고 한양으로 들어와 역관(譯官) 이응헌(李應憲)의 집에 신세를 졌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응헌이 청나라를 왕래하며 수집한 명인들의 서화를 접한 장승업은 어깨너머로 그림을 배워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재주..

(얼레빗 4486호) 김홍도의 천재성에 날개를 달아준 강세황

우리는 조선시대 으뜸 화원으로 단원 김홍도(金弘道)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단원은 풍속화를 독창적으로 담아낸 천재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요. 그런데 그가 그렇게 뛰어난 화원이 된 데에는 표암 강세황(姜世晃)의 공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단원이 7~8살 되던 무렵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 표암은 그를 아끼며 글과 그림을 가르친 뒤 도화서에 천거하여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합니다. 심지어 표암은 호랑이 그림의 표준작이라 평가를 받는 등의 그림을 함께 그렸지요. 표암은 오른쪽 위에 ‘표암화송(豹菴畵松)’이라 적었고, 단원은 왼쪽 아래에 그가 40대 이전에 주로 사용하던 호 ‘사능(士能)’을 적어 놓았으며, 소나무는 표암이, 호랑이는 단원이 그렸지요. 그런데 이 작품은 윗부분에 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