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 10

한글 맞춤법 - 집채만 한 파도, 집채를 덮을 만한 파도

우리 민족의 염원은 통일뿐이다 그는 가족들에게뿐만 이웃들에게도 언제나 웃는 얼굴로 대했다. 학생들은 약간 기가 질려서 눈만 말똥거릴 뿐 대뜸 반응은 없다. 이름이 나지 않았다 뿐이지 참 성실한 사람이다. '뿐'이 체언이나 부사어 뒤에 쓰여서 '그것만이고 더는 없음' 또는 '오직 그렇게 하거나 그러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조사로 보아 앞말에 붙여 씁니다. 반면에 용언 뒤에 쓰여서 '다만 어떠하거나 어찌할 따름'이라는 뜻을 나타내거나 '오직 그렇게 하거나 그러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의존 명사로 보아 앞말과 띄어 씁니다. 눈에 띄는 차이는, 앞에 어떤 유형의 말이 오는가 하는 것입니다. '뿐'이 조사일 때는 체언이나 부사어 뒤에, 의존 명사일 때는 동사나 형용사 같은 용언 뒤에서 쓰인다는 점을..

다사로운 손길

설을 맞아서 외지에 나가 살던 자녀들이 부모님을 찾아뵈면 비워 두었던 방에도 난방을 하게 되는데, 오랜만에 불을 때면 방바닥이 금세 뜨거워지지 않고 조금씩 온기가 올라온다. 그러다가 밤이 되면 ‘알맞게 따뜻해’지는데, 이런 것을 ‘다습다’라고 말한다. “다스운 온돌방에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라고 말할 수 있다. 흔히 어르신들이 “따신 방에”라고 말할 때의 ‘따신’은 ‘다스운’에서 비롯한 말이다. 그리고 ‘조금 다습다’라는 뜻으로 쓸 때는 ‘다스하다’라고 말한다. “다스한 봄 햇살이 툇마루에 비친다.”라고 하면 다스운 온돌방보다는 봄 햇살이 조금 덜 따뜻하다는 표현이다. 이런 다스함이 온돌방이나 햇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있다. 사람에게 다스한 기운이 있을 때는 ‘다사롭다’라고 표현한..

감격해하다

법은 냉정하지만, 가끔 힘없는 약자를 대변하고 그 어려운 사정을 헤아려 주는 판결문이 화제에 오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판결문에 적힌 감성적이고 따뜻한 표현들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곤 하는데, 이를 보도하는 신문기사에서는 으레 “많은 사람들이 감격해하였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감격해하다’와 같은 말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우리말 ‘-어하다’는 형용사를 동사로 만들어 주는 구실을 한다. 가령 ‘예쁘다’, ‘귀엽다’, ‘행복하다’ 같은 말들은 모두 형용사인데, 여기에 ‘-어하다’를 붙이면 ‘예뻐하다’, ‘귀여워하다’, ‘행복해하다’와 같이 모두 동사가 된다. 그런데 앞에서 예를 든 ‘감격해하였다’의 경우, ‘감격하다’는 형용사가 아니라 동사이기 때문에, 동사를 만들어 주는 ‘-어하다’를 붙여 쓰지..

안경 낀 사람? 안경 쓴 사람?

안경을 낀다고도 하고 안경을 쓴다고도 한다. 이 두 말은 구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어서 어느 것이 맞고 어느 것이 틀리다고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렵다. 그렇기는 해도 우리말 동사들은 제각기 자기 본연의 임무가 있어서, 그 임무에 맞게 사용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낱말이 가진 본래의 임무를 찾아 주면, 안경은 ‘끼는 것’이라고 하기보다는 ‘쓰는 것’이라고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끼다’는 낱말은 우리 몸의 일부에 꿰는 것을 표현하는데 한자말로는 ‘착용’에 가까운 말이다. 주로 ‘반지를 손가락에 끼다’, ‘장갑을 끼다’ 들처럼 사용한다. 이에 비해 ‘쓰다’는 우리 몸에 무엇인가를 얹어 놓거나 덮거나 또는 걸쳐 놓는 것을 이르는 동사이다. ‘모자를 쓰다’, ‘우산을 쓰다’, ‘안동 ..

조용하세요!

영화관이나 공연장에서 “조용하세요!”란 말을 들을 수 있다. 교실에서, 또 친구들 모임에서도 “조용해!” 하고 말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러한 말들은 모두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다. 일반적으로 ‘○○해!’, ‘○○하세요!’ 하고 명령형으로 쓸 수 있는 말은 동사일 때에만 가능하다. 그리고 본디는 ‘공부, 식사, 일’ 들처럼 명사인데, ‘-하다’를 붙이면 ‘공부하다’, ‘식사하다’, ‘일하다’와 같이 동사로 쓰이게 되는 낱말들도 명령형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런데, ‘조용’이란 말은 명사이고, 여기에 ‘-하다’를 붙여서 ‘조용하다’고 하면 동사가 아니라 형용사로 쓰이게 된다. 우리말 어법에서 형용사나 또는 ‘-하다’가 붙어서 형용사처럼 쓰이는 낱말들은 명령형으로 나타낼 수 없다. 이는 ‘아름답다’, ..

자치동갑, 동갑하다

첫 모임 자리가 마련되면, 남자들 사이에서는 나이를 따지는 모습들을 자주 보게 된다. 주민등록증을 확인하자고 하면 으레 ‘호적이 잘못 됐다’, ‘출생신고를 늦게 했다’고 우긴다. 그러나 모임이 지속되고 관계가 두터워지면 나이가 한두 살 많고 적은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나이를 부풀려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말에 ‘자치동갑’이라는 낱말이 있다. ‘자치’는 “한 자쯤 되는 물건”을 말하는데, 차이가 얼마 안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동갑’은 나이가 같다는 뜻이니, ‘자치동갑’은 얼마 차이가 안 나거나 비슷한 나이를 뜻하는 말이다. 사전에는 “한 살 차이가 나는 동갑”이라 풀어놓았다. 한 살 차이면 그냥 동갑으로 여겨도 괜찮다는 뜻이다. 비슷한 뜻을 지닌 낱말로 ‘어깨동갑’도 있..

지금 너무 졸립거든요

요즘처럼 이렇게 날씨가 추울 때에는 집안에서 난방을 틀고 있어도 방 안의 공기가 차갑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것을 흔히 “우풍이 있다.”, “우풍이 세다.”라고 하는데, 바른 말이 아니다. 이때의 ‘우풍’은 ‘외풍’이라 해야 맞다. ‘외풍’(外風)은 “밖에서 들어오는 찬 기운”을 뜻하는 한자말이다. 이 말을 ‘우풍’으로 발음하다 보면 “위쪽에서 내려오는 바람”으로 잘못 이해할 수도 있다. 외풍은 출입문이나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바람과, 벽을 통해 들어오는 찬 기운을 모두 가리키는 말이다. 낡고 오래된 집일수록 외풍이 심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한겨울에는 외풍 때문에 새벽잠을 설치기도 한다. 잠을 설치고 출근해서 책상에 앉으면 눈꺼풀이 무겁게 느껴진다.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잠이 오는 것을 흔히들 ‘졸립다’고..

(얼레빗 3851호) 고구려 불상이 왜 의령지방에서 출토되었을까

한국문화편지 3851호 (2018년 07월 02일 발행) 고구려 불상이 왜 의령지방에서 출토되었을까…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851][신한국문화신문=김영조 기자] 1963년 경상남도 의령에서는 강 아무개 씨가 마을 앞 돌밭에서 공사에 쓸 자갈을 거두던 중 가로 40cm, 세로와 높이 각 30cm가량 되는 석실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