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소리 36

공학박사의 한글 이야기 13, 원래 ‘외래어표기법’은 없다

전번 이야기에서 ‘외래어표기법’을 없애고 대신에 언어별로 외국어 표기법을 만들자고 하였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외래어라는 것은 외국에서 들어와 우리말이 된 어휘를 말합니다. 어디서 들어왔건 우리말이 된 이상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하여 사전에 올려 쓰면 그만입니다. 사투리도 많이 쓰게 되면 표준어가 되어 사전에 올라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 ‘대박(daebak)’ 등 26개의 한국 낱말이 ‘옥스퍼드 사전’에 올랐다는 것처럼 말입니다. 결국 ‘외래어표기법’이라는 것은 애초부터 불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외래어 표기법의 원조는 일본어 그런데 왜 ‘외래어표기법’이 생겼을까요? 그것은 일본의 통치를 받던 1933년, 에 처음 등장하였습니다. 당시 일본은 우리보다 개방이 40년 정도 빨라 서양 문물이 물밀듯이 들..

맛의 말, 말의 맛 - 빵의 전쟁

성경이 바뀐다? 성경의 정확무오(正確無誤)함을 믿는 기독교인들은 펄쩍 뛸 일이긴 하지만 성경은 바뀐다. 오래전 이 땅의 초기 기독교인들이 봤던 성경과 오늘날의 성경이 조금 다르다. 또한 당대의 기독교인들이 보았던 우리말 성경은 번역되기 전의 외국어 성경과 내용이 조금 다르다. 여러 가지를 복잡하게 따질 필요 없이 성경에 나오는 먹을 것만 보아도 그렇다.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이란 이름 속의 ‘보리떡 다섯 개’와 마태복음 속의 다음 구절이 그 예 중의 하나이다. 영어 Man shall not live on bread alone. 독일어 Der Mensch lebt nicht vom Brot allein. 프랑스어 que l'homme ne vivra pas seulement de pain. 일본어 ..

맛의 말, 말의 맛 - 햅쌀과 누룽지의 비밀

누구나 경험해 본 가장 쉽고도 어려운 시험이 있으니 바로 받아쓰기이다.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바로 접하게 되는 시험인데 이 시험은 ‘밑져야 본전’이 아니라 잘해야 본전이다. 그저 불러 주는 대로 받아쓰면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소리를 듣고 그 소리가 글자로는 어떻게 쓰였는가를 확인해 그대로 써야지만 세 자리 숫자 밑에 두 줄이 그어진 점수를 받는다. 그렇지 않고 잘못 써서 두 자릿수의 점수를 받으면 구박을 받기 십상이다. 어쩌면 이 시험은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선생님의 머릿속에 있는 단어를 그대로 그려 내는 시험이지 받아쓰기는 아니다. 햅쌀? 햇쌀이 아니고? 햇사과, 햇곡식인데 왜 쌀만 햅쌀? 누룽지가 맞나? 눌은밥을 생각해 보면 ‘눌은지’라고 써야 할 것도 같은데? 여기 받아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