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라는 낱말이 한때 제법 쓰였으나 요즘은 거의 자취를 감춘 듯하다. 한때 제법 쓰인 데에도 어느 한 분의 애태움이 있었고, 자취를 감춘 말미에도 어느 한 분의 걱정이 있었음을 나는 안다. 나처럼 이런 속내를 아는 사람은, 말이라는 것이 저절로 생겨났다가 저절로 죽어 버린다는 통설을 곧이 믿기가 어려워진다. 말이라는 것이 더불어 쓰는 사람들의 소리 없는 약속으로 살아나기도 하고 죽어 버리기도 하지만, 알고 보면 반드시 맨 처음에는 누군가가 씨앗을 뿌려야 하고 마침내 누군가가 싹을 자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나는 '먹거리'를 살리려 애태우던 분을 만나지는 못했으나, 그 분이 '먹거리'라는 낱말을 살리려고 애를 태우던 시절의 한 고비를 잘 알고 있다. 내가 대학에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