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해 4

(얼레빗 제4893호) 가면을 쓰고 악귀를 쫓는 ‘나례’

“섣달에 거행하던 대나례(大儺禮)를 복구했다. 당초 인조(仁祖) 15년(1637) 난리 뒤에 허비가 많은 것 때문에 임시로 정했었다. 이때 이르러 임금이 《주례(周禮)》와 《오례의(五禮儀)에 규정한 예전(禮典)》를 상고하여 관상감(觀象監)이 그전의 제도대로 복구하도록 명한 것인데, 다만 방상씨(方相氏)가 쓰는 종이 가면(假面)을 나무로 대신한 것은 비용을 덜기 위한 것이었다.” ▲ 12월 27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리는 송년공연 ‘나례(儺禮)’ 포스터 이는 《숙종실록》 24권, 숙종 18년(1692) 12월 18일 기록입니다. 국립국악원은 오는 12월 27일(수)부터 29일(금)까지 사흘 동안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송년공연 ‘나례(儺禮)’(연출 박동우)를 선보인다고 하지요. ‘나례’는 한 해의 마지막..

26편의 향악이 담긴 『시용향악보』

나례(儺禮)란 민가와 궁중에서 음력 섣달 그믐날에 묵은해의 귀신을 쫓아내려고 베풀던 의식을 말하는데, 『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에 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시용향악보』는 향악의 악보를 기록한 악보집으로 1권 1책으로 되어 있지요. 향악(鄕樂)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사용하던 궁중음악의 한 갈래로, 삼국시대에 들어온 당나라 음악인 당악(唐樂)과 구별되는 한국 고유의 음악을 말합니다. 『시용향악보』에는 악장을 비롯한 민요, 창작가사 등의 악보가 실려 있는데, 그 가운데 가사(歌詞/歌辭)는 모두 26편입니다. 1장에 수록되어 있는 가사 가운데 , 을 비롯한 16편은 다른 악보집에 전하지 않아 귀중한 자료입니다. 이 16편에는 순 한문으로 된 , 한글로 된 , 등이 있고, , 과 같이 가사가 아닌 ‘리로노런..

송년 모임에 관한 말

송년 모임을 예전에는 ‘망년회’라고 말해 왔는데 일본에서 쓰는 한자말이다. ‘망년’이란 말은 일본의 세시 풍속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사실이 널리 알려진 뒤로는 흔히 ‘송년회’라고 고쳐 부르고 있다. 일본에서는 ‘망년회’라고 하여, 섣달그믐 무렵에 친지들끼리 모여 먹고 마시는 풍속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자리를 갖는 것이므로, ‘송구영신’에서 따온 ‘송년’이란 말을 쓰는 것이 알맞은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송년 모임에서 여럿이 술자리에 둘러앉아 술을 마실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다 같이 잔을 높이 들어 부닥뜨리는 행위이다. 이럴 때 함께 외치는 구호로 가장 자주 사용되는 말이 “건배!”이다. “건배”는 마를 건(乾) 자와 잔 배(杯) 자로 이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