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가 6

봄은 보이는 것 밖에 있다네 – 이서구, 「유춘동」

봄은 보이는 것 밖에 있다네 – 이서구, 「유춘동」 숲 속에는 향기가 끊이지 않고 林華香不斷 뜰 풀은 새롭게 푸르름이 더해지지만 庭草綠新滋 보이는 것 밖에 언제나 있는 봄은 物外春長在 오직 고요한 사람이라야 알 수가 있지 惟應靜者知 조선 후기 박제가(朴齊家), 이덕무(李德懋), 유득공(柳得恭)과 더불어 ‘사가시인(四家詩人)’으로 불린 척재(惕齋) 이서구(李書九) 한시 「유춘동(留春洞, 봄이 머무는 마을)」입니다. 숲은 온갖 꽃이 흐드러져 한 폭의 수채화인 듯합니다. 꽃보라 속에서 꽃멀미도 한창일 때고요. 그러나 이서구는 보이는 것 밖에 언제나 있는 봄도 있다고 합니다. 다만 그 봄은 오직 고요한 사람이라야 알 수가 있다고 하지요. 그 봄을 만나기 위해 스스로 고요한 사람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

거문고 명인 백아는 왜 거문고 줄을 끊었을까?

거문고 타던 백아는 그 소리를 제대로 알아듣는 종자기가 죽고 나자 세상이 텅 빈 듯하여 이제 다 끝났다 싶어서 허리춤의 단도를 꺼내어 거문고 다섯줄을 북북 끊어버리고 거문고 판은 팍팍 뽀개 아궁이의 활활 타는 불길 속에 처넣어 버리고 이렇게 물었겠지. ‘네 속이 시원하냐?’ / ‘그렇고말고.’ / ‘울고 싶으냐?’ / ‘울고 싶고말고.’ - 신호열·김명호 옮김, 『연암집』 연암 박지원(朴趾源)이 안의 현감으로 있을 때 한양 벗들의 안부를 묻는 편지 일부입니다. 특히 이덕무(李德懋)가 죽고 나서 백아처럼 홀로 남은 박제가(朴齊家)가 걱정이 되어 쓴 것입니다. 자신의 거문고 소리를 알아주는 친한 벗이 죽었을 때 백아(중국 춘추시대 거문고 명인)의 심정 같은 박제가의 심정을 박지원은 마치 곁에서 본 듯 절묘하..

(얼레빗 4201호) 연암 박지원, 박제가에게 돈을 꾸다

“내 나이 18~19살 때 미중(美仲, 박지원) 선생이 문장이 뛰어나 명성이 자자하다는 말을 듣고, 마침내 백탑 북쪽에 있는 집을 찾아 갔다. 선생은 내가 왔다는 말에 옷도 채 걸치지 않고 반갑게 맞아주시며, 오랜 벗처럼 내 손을 잡으셨다. 지은 글을 모두 꺼내더니 읽어보라고 하시고, 손수 ..

(얼레빗 4027호) 꽃은 붉은 꽃만 있는 것이 아니네

한국문화편지 4027호 (2019년 03월 05일 발행) 꽃은 붉은 꽃만 있는 것이 아니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027][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毋將一紅字(무장일홍자) ‘홍(紅)’자 한 글자만을 가지고 泛稱滿眼華(범칭만안화) 널리 눈에 가득 찬 꽃을 일컫지 말라 華鬚有多少(화수유다소) 꽃 수염..

6월 3일 - 추사 김정희 선생이 세상에 나온 날입니다

봉은사 판전 현판 붓글씨에 관한 한 따라올 사람이 없다는 추사 김정희(金正喜, 1786~1856), 한데 그가 천하의 명필이 되기까지 낯선 유배지에서 쓰라리고 고독한 시간 속에서 자신을 담금질하면서 부단히 노력한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합니다. 그는 화날 때에도 붓을 들고, 외로울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