볍씨 5

토박이말의 속살 17 - ‘쌀’

땅 위에 몸 붙여 사는 사람 가운데 열에 여섯은 ‘쌀’을 으뜸 먹거리로 삼아서 살아간다고 한다. 말할 나위도 없지만 우리 겨레도 쌀을 으뜸 먹거리로 삼아서 살아왔다. 그래서 우리 토박이말에는 ‘벼’와 ‘쌀’에 따른 낱말이 놀랍도록 푸짐하다. 우선 내년 농사에 씨앗으로 쓰려고 챙겨 두는 ‘씻나락’에서 시작해 보자. 나락을 털어서 가장 알찬 것들만 골라 무슨 일이 있어도 이듬해 봄까지 건드리지 않도록 깊숙이 감추어 두는 것이 ‘씻나락’이다. 그러나 귀신까지 속일 수는 없는 노릇이고, 배고픈 귀신이 씻나락을 찾아 까먹으면서 미안하다고 혼자 군소리라도 하는 것일까? 알아들을 수도 없고 쓸데도 없는 소리를 이른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라 한다. ▲ 곡우 때가 되면 못자리용 볍씨 곧 씻나락을 꺼내 물 채운 항..

오늘 “곡우”, 부부가 잠자리도 피하는 날

오늘은 24절기의 여섯째, 봄의 마지막 절기로, 곡우(穀雨)다. 곡우란 봄비(雨)가 내려 백곡(穀)을 기름지게 한다고 하여 붙여진 말이다. 그래서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가 마른다.”, “곡우에 모든 곡물이 잠을 깬다.”, “곡우가 넘어야 조기가 운다.” 같은 속담이 전한다. 옛날에는 곡우 무렵에 못자리할 준비로 볍씨를 담그는데 볍씨를 담은 가마니는 솔가지로 덮어두었다. 밖에 나가 부정한 일을 당했거나 부정한 것을 본 사람은 집 앞에 와서 불을 놓아 악귀를 몰아낸 다음에 집안에 들어오고, 들어와서도 볍씨를 볼 수 없게 하였다. 만일 부정한 사람이 볍씨를 보게 되면 싹이 트지 않고 농사를 망치게 된다는 믿음이 있어서 그랬다. 볍씨를 담그면 항아리에 금줄을 쳐놓고 고사를 올린다. 이는 개구리나 새가 와서..

한참 되었어도 아직 한창

지난 4월 20일은 절기상으로 ‘곡우’였다. 이맘때면 농가에서는 못자리를 만들기 위해 볍씨를 담그게 된다. 곡우를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인 농사일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곡우에 가뭄이 들면 그해 농사에 큰 어려움을 주기 때문에, 절기 이름도 ‘곡식을 윤택하게 하는 비’란 뜻으로 ‘곡우’라고 한 것이다. 순 우리말로 이 날을 ‘단비’라고 부른다. 마침 곡우 무렵에 전국적으로 단비가 내렸다. 아직 일부 지역에서는 벚꽃이 한창이다. 그런데 이 ‘한창’이라는 말이 가끔 엉뚱한 곳에 쓰일 때가 있다. “벚꽃 핀 지도 한창 되었는데, 아직도 겨울옷을 입고 있니?”처럼 표현할 때에도 더러 ‘한창’이란 말을 쓰는데, 이것은 잘못 쓰고 있는 것이다. ‘한창’이란 말은 “일이 왕성하고 무르익을 때”라는 뜻으로 “지..

(얼레빗 4204호) 오늘 입동, 이웃집과 시루떡 나누어 먹는 날

“찬 서리 /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 조선의 마음이여” 김남주 시인은 <옛 마을을 지나며>라는 시에서 이즈음의 정경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바로 추운 겨울이 다가왔다는 손짓이지요. 오늘은 24절기의 열아홉째 ‘입동(立冬)’, 무서리 내리고 마..

(얼레빗 4060호) 내일은 곡우, 잠자리도 함께 하지 않아

한국문화편지 4060호 (2019년 04월 19일 발행) 내일은 곡우, 잠자리도 함께 하지 않아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060[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내일은 24절기의 여섯째 절기 곡우(穀雨)입니다. 곡우는 말 그대로 봄비[雨]가 내려 백곡[穀]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이지요. 곡우 무렵에는 못자리할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