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탕 5

(얼레빗 제4838호) 대서, 신선이 바람 한 줄기 보내주네

쇠를 녹일 무더위에 땀이 마르지 않으니 가슴 헤치고 맨머리로 소나무 난간에 앉았노라 옥경의 신선 벗이 나를 지성스레 생각해 주어 맑은 바람 한 줄기를 나누어 보내주었구려 무더위가 쇠를 녹인다는 말은 한여름 더위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위는 1940년에 펴낸 옥담 김위원(金偉洹)의 시문집 《옥담고(玉淡稿)》에 나오는 한시 ‘부채선물에 화답’입니다. 오늘은 24절기의 열두 번째로 오는 “대서(大暑)”입니다. 사무실 안에서야 에어컨이나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겠지만 들판에서 일을 하는 농부들이나 밖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대서와 같은 한여름은 견디기 어려운 절기입니다. 더울수록 혀끝에서는 찬 것이 당기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운 음식으로 몸을 보양해온 게 옛사람들의 슬기로움입니다. ▲ 무더운 여름날, ‘이열치열’..

‘세계동물권리선언’의 현실적인 고민

지난 2003년 경부고속전철 공사 과정에서 제기된 천성산 터널 중단 소송에서 도롱뇽은 원고 자격이 없으므로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소송이 각하된 판례를 소개한 바 있다. 기존의 법에서는 자연(산, 강, 땅)과 동식물(나무, 개, 소)은 사람의 소유물로 본다. 그러므로 현행법에서는 도롱뇽의 주인이거나 도롱뇽의 서식지가 파괴되어 손해를 보는 사람만 소송을 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도롱뇽 자체는 법적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해석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2013년에 서울대공원의 ‘제돌이’를 제주 바다로 돌려보낸 이후 돌고래의 생존권에 관한 관심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제주 연안에만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는 과거 제주도 전역에서 1,000마리 이상이 발견됐지만, 현재는 제주 서귀..

무더위와 한여름

요즘처럼 찌는 듯이 더운 날씨를 ‘무더운 날씨’라고 말한다. 본디 ‘찌다’는 말은 물을 끓여서 뜨거운 김으로 익히는 것을 가리킨다. 그러니 찌는 듯이 덥다는 것은 뜨거운 김으로 익혀지는 듯이 덥다는 뜻이 된다. 뜨거운 김은 끓는 물에서 올라오는 것이니, ‘물’과 ‘더위’를 합친 ‘무더위’가 곧 “찌는 듯한 더위”를 나타내는 말이 되었다. 이렇게 무더운 여름이나 또는 추운 겨울에는 흔히 ‘한여름’, ‘한겨울’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그러나 ‘한봄’이나 ‘한가을’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데, 그것은 이때의 ‘한’이라는 말이 “한창”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밤중’이라고 하면 “한창 밤중”이라는 뜻이 되는 것처럼, 더위가 한창인 여름이나 추위가 한창인 겨울에만 ‘한여름’, ‘한겨울’이라는 말을 쓴다. ..

(얼레빗 4381호) 얼음을 띄워 먹는 여름철 별미음식 원미죽

여름이 되면 사람들은 더위에 지칩니다. 그래서 여름을 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내는데 냇물에 발을 담그는 ‘탁족(濯足)’이나 복날에 고기로 국을 끓여 먹는 ‘복달임’이 그 대표적인 풍습입니다. 특히 여름철 보양음식이나 별미는 더위를 물리치는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였는데 그 별미음식에는 ‘원미죽(元味粥)’이란 것도 있습니다. ▲ 여름철 별미음식 ‘장국원미죽’, 국제요리제과전문학교 홍미숙 교수 제공 조선 말기에 펴낸 글쓴이를 모르는 요리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 이 ‘장국원미죽’과 ‘소주원미죽’이 나옵니다. 장국원미죽은 먼저 맷돌에서 쌀알이 반씩 갈라질 정도로 간 다음 체에 쳐둡니다. 이렇게 만든 싸라기에 곱게 다진 쇠고기와 표고버섯, 석이버섯, 느타리버섯, 파 등을 넣고 만들지요. 또 소주원미죽은 ..

(얼레빗 4127호) 오늘은 대서, 무더위ㆍ된더위는 다른 말

한국문화편지 4127호 (2019년 07월 23일 발행) 오늘은 대서, 무더위ㆍ된더위는 다른 말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127][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의 열두째 “대서(大暑)”입니다. 대서라는 말은 ‘큰더위’를 뜻하고 있는데 한해 가운데 가장 더운 때로 속담에서는 "염소뿔이 녹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