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글씨 4

한글 레터링의 아버지, 김진평

‘레터링(lettering)’은 시각적 효과를 고려하여 문자를 그림으로 나타내는 일로서 손으로 직접 글자를 쓰거나 잘라 붙이는 등 여러 수단을 통해 글자꼴을 디자인하는 것을 뜻한다. 의도적으로 글자의 형태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일상의 글씨 쓰기와는 다르며 ‘글자 그리기’, ‘글자 표현’, ‘문자 도안’이라고도 한다. 요즘은 발전한 도구와 장치를 이용하여 디지털상에서 디자인하고 이를 쉽게 출력할 수도 있지만, 1980~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글을 인쇄하는 기계조차 일본에서 모두 수입하였다. 또한 새로운 한글 글꼴을 디자인하려면 디자이너가 직접 운형자(곡선을 그리는 데 쓰는 구름 모양의 자)를 이용해 손수 그려야 했다. 모눈종이와 운형자, 이 두 가지만으로 척박한 한글 디자인 분야를 적극적으로 개척한 사..

언어의 숨겨진 힘 - 디자인된 글자, 서체의 힘

둥근 고딕체의 나라, 일본 일본의 금융기관과 세무서, 경찰서, 소방서 등 공공 기관의 표지판에는 하나같이 ‘둥근 고딕체’를 쓴다. 역사명과 정류장 안내판을 비롯해 도로 표지판도 대부분 둥근 고딕체를 쓰고 있는데, ‘일시 정지’나 ‘횡단 금지’와 같은 경고 문구까지도 둥글둥글한 둥근 고딕체를 쓴다. 일본이 공공 기관이나 공적 표지판 서체로 둥근 고딕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체 디자이너 고바야시 아키라(小林 章)는 저서 ≪폰트의 비밀 2≫에서 일본은 사실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부터 붓글씨로 표지판과 간판 등을 만들 때 둥근 고딕체를 사용했다고 설명한다. 붓으로 글씨를 쓸 때 가장 적은 획수로 완성도 있게 쓸 수 있는 글씨체가 바로 둥근 고딕체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멀리서도 읽기 편한 서체라서 인쇄술이..

(얼레빗 4705호) 중국ㆍ일본에는 없는 가구 ‘편지꽂이’

조선시대 선비의 사랑방에는 책을 놓고 읽거나 붓글씨를 쓰던 낮은 책상 서안(書案), 사방이 트여 있고 여러 단으로 된 사방탁자(四方卓子), 여러 권이 한 질로 된 책들을 정리, 보관하는 궤인 책궤(冊櫃), 안방의 보료 옆이나 창 밑에 두고 문서ㆍ편지ㆍ서류 같은 물건이나 일상용 기물들을 보관하는 가구인 문갑(文匣) 같은 소박한 가구들이 꼭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랑방에는 그것 말고도 선비들이 아끼던 ‘고비’ 곧 ‘편지꽂이’도 있었지요. 편지꽂이는 방이나 마루의 벽에 걸어놓고 편지나 간단한 종이말이 같은 것을 꽂아두는 실내용 세간을 말합니다. 고비는 가벼운 판자나 대나무 같은 것으로 만드는데 위아래를 길게 내리 걸도록 만들었지요. 또 두꺼운 종이로 주머니나 상자모양으로 만들기도 하고, 종이띠를 멜빵 모양이나 ..

사랑방에 꼭 있었던 선비의 애장품, 고비

사랑방에 꼭 있었던 선비의 애장품, 고비 조선시대 선비의 사랑방에는 책을 놓고 읽거나 붓글씨를 쓰던 서안(書案), 사방이 트여 있고 여러 단으로 된 사방탁자(四方卓子), 여러 권이 한 질로 된 책들을 정리·보관하는 궤인 책궤(冊櫃), 안방의 보료 옆이나 창 밑에 두고 편지·서류나 일상용 기물을 보관하는 문갑(文匣) 같은 가구가 꼭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비들이 아끼던 ‘고비’도 있었습니다. 고비는 벽에 걸어놓고 편지나 두루마리 같은 것을 꽃아두는 실내용 세간을 말합니다. 가벼운 판자나 대나무 같은 것으로 만드는데, 위아래로 길게 내려 걸도록 했지요. 등판과 앞판 사이를 6~9cm쯤 떼어 2~3단 가로질로 놓음으로써 편지를 넣어두도록 했지요. 또 두꺼운 종이로 주머니나 상자 모양으로 만들기도 하고, 종이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