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김영조)

사랑방에 꼭 있었던 선비의 애장품, 고비

튼씩이 2021. 11. 1. 12:53

사랑방에 꼭 있었던 선비의 애장품, 고비

 

 

조선시대 선비의 사랑방에는 책을 놓고 읽거나 붓글씨를 쓰던 서안(書案), 사방이 트여 있고 여러 단으로 된 사방탁자(四方卓子), 여러 권이 한 질로 된 책들을 정리·보관하는 궤인 책궤(冊櫃), 안방의 보료 옆이나 창 밑에 두고 편지·서류나 일상용 기물을 보관하는 문갑(文匣) 같은 가구가 꼭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비들이 아끼던 고비도 있었습니다. 고비는 벽에 걸어놓고 편지나 두루마리 같은 것을 꽃아두는 실내용 세간을 말합니다. 가벼운 판자나 대나무 같은 것으로 만드는데, 위아래로 길게 내려 걸도록 했지요. 등판과 앞판 사이를 6~9cm쯤 떼어 2~3단 가로질로 놓음으로써 편지를 넣어두도록 했지요. 또 두꺼운 종이로 주머니나 상자 모양으로 만들기도 하고, 종이띠를 멜빵 모양이나 X자형으로 벽에 붙인 소박한 형태도 있었습니다.

 

 

 

 

 

 

어떤 이는 이 고비를 考備또는 高飛로 쓰기도 하지만 이는 소리만 빌려 쓴 취음일 따름입니다. 조선 후기의 학자 이만영李晩永이 정조 22(1798)에 엮은 재물보(才物譜)에서는 고비를 서팔이라 하고, 따로 지와자紙窩子고삭고비라 일컫는다라고 했습니다. , 빗솔, 빗치개, 가르마꼬챙이, 뒤꽃이, 동곳 따위를 넣어두는 빗접고비도 있지요. 사랑방 고비와 달리 안방용 고비는 채색으로 무늬를 그리거나 색지를 오려 붙여서 치레했습니다. 고비는 중국이나 일본에서 볼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가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