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에 꼭 있었던 선비의 애장품, 고비
조선시대 선비의 사랑방에는 책을 놓고 읽거나 붓글씨를 쓰던 서안(書案), 사방이 트여 있고 여러 단으로 된 사방탁자(四方卓子), 여러 권이 한 질로 된 책들을 정리·보관하는 궤인 책궤(冊櫃), 안방의 보료 옆이나 창 밑에 두고 편지·서류나 일상용 기물을 보관하는 문갑(文匣) 같은 가구가 꼭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비들이 아끼던 ‘고비’도 있었습니다. 고비는 벽에 걸어놓고 편지나 두루마리 같은 것을 꽃아두는 실내용 세간을 말합니다. 가벼운 판자나 대나무 같은 것으로 만드는데, 위아래로 길게 내려 걸도록 했지요. 등판과 앞판 사이를 6~9cm쯤 떼어 2~3단 가로질로 놓음으로써 편지를 넣어두도록 했지요. 또 두꺼운 종이로 주머니나 상자 모양으로 만들기도 하고, 종이띠를 멜빵 모양이나 X자형으로 벽에 붙인 소박한 형태도 있었습니다.
어떤 이는 이 고비를 ‘考備’ 또는 ‘高飛’로 쓰기도 하지만 이는 소리만 빌려 쓴 취음일 따름입니다. 조선 후기의 학자 이만영李晩永이 정조 22년(1798년)에 엮은 『재물보(才物譜)』에서는 “고비를 ‘서팔’이라 하고, 따로 지와자紙窩子는 ‘고삭고비’라 일컫는다”라고 했습니다. 빗, 빗솔, 빗치개, 가르마꼬챙이, 뒤꽃이, 동곳 따위를 넣어두는 ‘빗접고비’도 있지요. 사랑방 고비와 달리 안방용 고비는 채색으로 무늬를 그리거나 색지를 오려 붙여서 치레했습니다. 고비는 중국이나 일본에서 볼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가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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